지난해 12월 발사된 유럽우주국(ESA)의 외계행성 탐사 위성 '키옵스'(Cheops)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딛고 3개월 가까운 엄격한 지구궤도 시험가동을 통과해 이달 말부터 본격적인 탐사 임무에 나서게 됐다.
ESA와 키옵스 프로젝트를 주도한 스위스 베른대학 등에 따르면 키옵스는 지난 1월 말부터 이어져 온 궤도 시험가동을 기대 이상의 성적표를 보이며 성공적으로 마쳤다고 한다.
키옵스는 코로나19가 본격 확산하기 전에 자동운전 체제로 전환돼 이에 따른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었지만 막판의 일부 업무는 재택근무를 통해 이뤄진 것으로 전해졌다.
키옵스라는 이름은 '외계행성 특성을 찾아내는 위성'(CHaracterising ExOPlanets Satellite)에서 따온 것으로, 이름 그대로 테스(TESS) 등이 이미 찾아낸 외계행성을 좀 더 정밀하게 관측해 구체적인 특징을 파악하는데 목표를 두고 있다.
이를 위해 우선 지구에서 약 175광년 떨어진 바다뱀자리의 별인 HD 88111을 대상으로 키옵스 망원경과 감지기가 우주 환경에서 정확하고 안정적으로 작동하는지를 점검했다.
키옵스는 지구 700㎞ 상공의 궤도를 돌며 47시간에 걸쳐 이 별의 사진 5천640장을 찍어 광도 변화를 분석했다. 그 결과, 시간대별 광도 변화를 나타내는 광도 곡선은 0.0015%(15 ppm)의 편차를 보이며 기준 요건인 0.002%(20 ppm)을 가볍게 통과했다.
망원경과 감지기의 내열성도 필요 조건을 훨씬 뛰어넘는 것으로 확인됐으며, 측광학적 정확도나 지상관제소 명령 수행 등에서도 합격점을 얻었다.
키옵스는 궤도 시험가동 마지막 2주 동안에는 외계행성이 별 앞을 지나는 천체면 통과(transit) 때 별빛이 줄어드는 현상을 직접 관측했다.
대상은 약 320광년 떨어진 육분의자리에 있는 항성 'HD 93396'와 이를 도는 행성 '켈트(KELT)-11b'였다. 이 별은 태양의 세 배에 달하고, 행성은 목성보다 약 30% 큰 크기로 태양계의 수성보다 짧은 거리에서 4.7일을 주기로 별을 돌고있다.
키옵스가 얻은 광도곡선은 켈트-11b가 8시간에 걸쳐 천체면을 통과할 때 분명하게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이를 통해 행성의 지름이 18만1천600㎞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오차는 4천300㎞ 이내인 것으로 제시됐다.
베른대학 천체물리학 교수로 키옵스 미션 컨소시엄의 연구책임자인 빌리 벤츠 박사는 이런 측정값이 지구에서 잰 것보다 5배나 더 정확한 것이라고 설명하면서 "이는 앞으로 키옵스를 통해 달성할 수 있는 것을 맛보기로 보여준 것"이라고 했다.
키옵스는 현재 본격적인 외계행성 탐사 채비를 하고 있으며 이달 말께 정식 임무에 들어갈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키옵스가 초기에 탐사할 목표물로는 용암 바다로 덮인 뜨거운 슈퍼지구로 알려진 '게자리 55 e'(55 Cancri e)와 항성에 대기를 뺏기고 있는 '따뜻한 해왕성' GJ 436 b 등이 꼽히고 있다.
국제팀 press@jeonp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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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4-19 09:18:00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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