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수스가 처음 선보였던 젠북 프로 듀오(Zenbook Pro Duo)는 모니터를 두 개 배치한 구성으로 주목 받았다. 가로 해상도가 4K(3,840 화점)인데다 화면이 두 개가 배치되어 있어 여러 작업을 동시에 할 수 있었다. 사양도 충분했다. 9세대 코어 i9 프로세서에 대용량 메모리와 저장공간, 지포스 RTX 2060 맥스-큐 디자인(Max-Q Design) 그래픽 처리장치 등이 탑재됐다.
그러나 고성능 듀얼스크린 노트북으로 만족하지 못했는지 에이수스는 첫 제품을 바탕으로 또 한 번 과감한 설계의 노트북을 만들었다. ROG 제피러스 듀오(Zephyrus Duo)가 그 주인공이다. 이 노트북은 게임 외에도 다양한 창작 활동이 가능하도록 성능 확보에 초점을 맞췄다. 10세대 코어 i9 프로세서와 엔비디아 지포스 RTX 2080 슈퍼 그래픽 처리장치 등을 탑재한 것이 이를 증명한다.
두 개의 화면이 나를 감싸네
이 노트북은 15.6인치 화면을 제공하고 있고, 그에 맞는 크기를 갖췄다. 가로 360mm, 세로 268mm, 두께 20.9mm 가량이다. 면적 자체는 평이한 15.6인치 노트북인데, 두께가 모니터 두 개를 제공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비교적 얇은 편이다. 무게도 2.4kg 정도로 고성능 노트북치고는 가벼운 편이다.
외모는 전형적인 게이머공화국(ROG – Republic Of Gamers) 특유의 날카로운 선과 금속 마감이 느껴지도록 설계되어 있다. 기존에는 검은색 본체와 금빛 라인 등에 초점을 두었다면, 제피러스 듀오는 조금 더 밝은 색상과 선을 강조하는 모습이다. 그만큼 힘을 뺐다고 보면 되겠다.
시선을 사로잡는 부분은 통풍구 배치. 아무래도 성능이 높다 보니 측면과 후면 모두 통풍구가 자리하고 있다. 심지어 노트북을 열면서 올라가는 하단 디스플레이에도 통풍구가 있을 정도니까 에이수스가 이 노트북을 설계하면서 냉각에 얼마나 많은 공을 들였는지 알 수 있다.
확장성은 충분하다. 이 제품은 측면 외에도 후면에도 확장 단자가 제공되는데, 이 중 노트북 좌측면은 전원 입력 단자와 스테레오 입출력에 할애되므로 큰 의미가 없다. 실제 연결 가능한 확장 단자는 노트북 우측면과 후면에 집중되어 있다.
노트북 우측면에는 USB 3.2 (1세대) 단자 2개와 USB 3.2(2세대) C형 단자가 1개 제공된다. 후면에는 유선 네트워크(RJ-45) 단자와 USB 3.2(2세대) A형 단자, HDMI 단자 1개씩 제공된다. 후면에 연결해야 된다는 점이 조금 아쉬워도 절대적인 단자 수에서는 여유가 있는 편이다.
덮개를 열면 ROG 제피러스 듀오의 진가가 드러난다. 우선 상단에 있는 15.6인치 디스플레이는 하단을 제외한 측면이 얇게 만들어져 있어 콘텐츠에 몰입 가능하다. 또 다른 감상 요소는 키보드 위에 자리한 두 번째 디스플레이다. 스크린 패드 플러스(Screen Pad Plus)라 부르는데 콘텐츠 감상 외에도 터치를 활용한 조작도 지원한다.
해상도는 각기 다르다. 상단은 4K(3,840 x 2,160)이며, 하단은 3,840 x 1,100 해상도를 제공한다. 비율로 보면 32:9에 가깝다. 주사율은 60Hz(화면 초당 60회 점멸)지만, 시스템 성능에 따라 주사율을 바꿔 자연스러운 화면을 그려내는 지싱크(G-Sync) 기능이 포함된 점은 장점이다.
키보드는 배치가 독특하다. 키보드 하단에 팜레스트와 터치패드가 있는 것이 아니라, 하단에 있다. 상단에 배치된 디스플레이 때문에 어쩔 수 없는 부분. 또한 일반 노트북처럼 숫자키가 있는 것이 아니라 그 자리를 터치패드가 대신한다. 터치패드는 상단의 모드 전환 키가 있다. 누르면 터치패드 표면에 숫자 키들이 표시되면서 숫자 패드로 변신한다.
키보드는 대체로 누르는 감각이 부드럽고 간격에 여유가 있어 오타가 발생할 확률이 낮다. 추가로 요즘 대부분 게이밍 노트북이 채택 중인 RGB 백라이트를 적용해 시각적 멋도 품었다. RGB LED를 갖춘 에이수스의 다른 주변기기(마우스, 헤드셋 등)를 연결하면 본체와 LED 발광 패턴을 동기화하는 아우라 싱크(AURA SYNC)도 지원한다.
노트북의 세부 설정은 자체 제공되는 아머리 크레이트(Armoury Crate)에서 진행 가능하다. 기본적으로 윈도(Windows)·저소음(Silent)·균형(Balanced)·고속(Turbo)·수동(Manual) 등 5가지 설정이 제공된다. 사용자는 취향에 따라 성능 혹은 배터리 수명 등을 확보할 수 있도록 기능을 조절하면 된다. 클릭 몇 번이면 끝날 정도로 쉽게 만들어 둔 것이 인상적이다.
추가로 윈도 키, 터치패드, ROG 키를 쓸지 안 쓸지 여부를 결정할 수 있으며, 그래픽 프로세서도 시스템 종속(옵티머스) 혹은 독립형(외장)으로 사용할지도 설정 가능하다.
보조 애플리케이션도 풍성하다. 사용하는 애플리케이션 종류별로 네트워크 트래픽을 모니터링하거나 우선권을 배분할 수 있는 게임퍼스트 6(GameFirst VI), 다양한 음장 효과로 듣는 즐거움을 살린 소닉 스튜디오 3(Sonic Studio 3), 각 애플리케이션 특성에 따라 화면 전반의 색감을 튜닝하는 게임 비주얼(GameVisual) 등이 제공된다.
고성능 프로세서와 그래픽 처리장치로 화끈하게
ROG 제피러스 듀오의 사양은 압도적이다. 10세대 인텔 코어 i9-10980HK 프로세서와 엔비디아 지포스 RTX 2080 슈퍼 맥스-큐 디자인(RTX 2080 Super Max-Q Design) 그래픽 처리장치가 호흡을 맞춘다. 메모리도 최대 32GB까지 확장 가능하고, 저장공간도 1TB 용량의 고속저장장치 두 개를 한 쌍으로 묶어 속도와 용량 모두 높였다.
노트북 성능을 확인하기 위해 벤치마크 소프트웨어인 PC마크 10을 실행했다. 다른 부분보다 실제 사용하게 될 생산성과 디지털 콘텐츠 생성 부문에 주목했다. 측정 후 결과를 보니 성능 자체는 데스크탑 PC 못지 않게 뛰어나다. 어지간한 문서 관련 작업 실행은 1~2초 혹은 그 이내에 마무리될 정도다. 사진 및 영상 작업 부문의 성능도 수준급이다. 고성능 프로세서와 그래픽카드, 초고속 저장장치와 메모리 등이 호흡을 맞춘 결과다.
게이밍 성능을 가늠하는 벤치마크 애플리케이션 3D마크(파이어 스트라이크)를 실행한 결과 게임 성능도 아쉬움이 느껴지지 않는다. 세부 항목을 보면 그래픽 테스트에서 초당 91~110 프레임(초당 표시 이미지 수)에 가까운 움직임을 그려낼 정도이며, 종합 처리 능력도 초당 43 프레임 가량의 움직임을 보여준다. 점수는 1만 9,778을 기록했는데, 이 중 그래픽 점수만 2만 3,019에 달한다.
지포스 RTX 2080 슈퍼 맥스-큐 디자인은 사양 자체는 데스크탑 그래픽카드와 거의 동일하지만 노트북에 탑재되기 위한 최적화(발열, 온도, 전력소모)를 위해 작동 속도에는 약간의 제약이 존재한다. 그러나 기본적인 성능이 뒷받침되기에 게임을 즐기거나 그래픽 프로세서 가속을 활용한 영상 및 3D 편집은 거뜬히 처리해낸다.
마지막으로 패스 오브 엑자일을 실행해 실제 성능을 경험해봤다. 단순해 보이는 게임이지만 제법 사양이 높은 편이다. 하지만 ROG 제피러스 듀오 내에서 실행하니 4K 해상도와 그래픽 효과를 높여도 화면이 끊어지는 현상을 경험하기 어려웠다. 기본적인 성능이 뛰어난 것도 있지만, 처리 환경에 따라 화면 주사율을 조절하는 지싱크 기술이 더해지기에 게임을 부드럽게 즐기는 것이 가능해진다.
참고로 디스플레이는 두 개인데 주 디스플레이는 상단에 위치한 1번에 고정된다. 운영체제에서 디스플레이 설정을 변경하려고 보니 주 디스플레이 설정 변경이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이는 리뷰에 쓰인 노트북의 문제일 수 있다. 따라서 실제 제품에서는 디스플레이 변경을 지원할 가능성도 존재한다.
가격은 높지만 가치는 충분
에이수스 ROG 제피러스 듀오(GX550). 최고 수준의 사양에 두 개의 디스플레이가 만나 기존 젠북 프로 듀오와 다른 완성도를 자랑한다. 특히 첫 제품에서 아쉬웠던 요소가 일부 개선된 점이 돋보인다. 과거 두 번째 디스플레이는 위치가 고정되어 특정 각도에서는 시인성이 떨어졌지만, 이번에는 약 20도 정도 기울어져 아주 밑에서 바라보지 않는다면 시인성에 문제가 없다.
가격은 아쉽다. 현재 약 500만 원 전후 가격대에 형성된 상태인데, 여러 요소를 감안하면 수긍이 되지만, 부담스러운 것은 사실. 이 제품과 달리 프로세서가 코어 i7-10875H, 지포스 RTX 2070 슈퍼 맥스-큐 디자인 그래픽 처리장치, 풀HD 해상도 디스플레이 등으로 축소된 하위 제품은 400만 원 가까운 가격이다. 부담스럽기는 마찬가지. 사양에 대한 선택지를 다양하게 제공했으면 좋지 않았을까 생각된다.
고사양 부품들로 채워져 있으니 배터리 성능도 상대적으로 낮은 점 또한 아쉽다. 모니터 밝기를 25% 정도로 낮추고, 배터리 절약 모드로 전환하면 약 2시간 남짓 사용 가능하다. 그러나 그래픽카드가 작동하는 시점에서는 아무리 노력해도 배터리로 구동되는 시간이 1시간을 넘기기 어렵다. 노트북을 오래 사용하기 위해 전원 공급에 필요한 어댑터를 항시 휴대해야 되므로 휴대성이 자연스레 떨어지게 된다.
장단점이 존재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단점을 감안하고 구매할 정도의 매력을 가지고 있는지가 중요하다. 그렇다면 에이수스 ROG 제피러스 듀오는? 배터리 지속성과 휴대성 일부를 포기할 수 밖에 없지만 화끈한 성능과 두 개의 고해상도 디스플레이는 분명 매력적이다. 하지만 게이밍 노트북보다는 고성능 노트북으로 접근하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
동아닷컴 IT전문 강형석 기자 redb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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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7-28 14:46:00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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