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째, 앞으로 인류 역사에 기억될 만한 성취는 골방에서 뛰어난 과학자가 혼자 연구해 발명하는 것보다 국경을 넘고 학제 간 장벽을 넘은 `협력`에서 나올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이번 블랙홀 관측에도 미국, 유럽은 물론 일본, 한국 등 과학자 200여 명으로 구성된 `사건지평선망원경(EHT·Event Horizon Telescope)` 연구진이 동원됐다. 이들이 6개 대륙에 있는 8개의 전파망원경을 연결해 블랙홀 관측에 성공한 것. 공동의 목표를 향해 협력하지 않았으면 지구 크기의 전파망원경을 만들어낼 수 없었을 뿐만 아니라 지구로부터 5500만광년 떨어진 거대 은하 `M87` 중심에 위치한 블랙홀을 촬영하지 못했을 것이다.
이처럼 현재 해결해야 할 이슈인 기후 변화, 난치병 치료, 인공지능 기술의 긍정적 발전, 에너지 고갈 등의 문제는 어느 한 사람, 국가, 사회의 문제가 아니라 `인류 공동`의 어젠다다. 빅이슈를 해결하기 위해선 해당 분야에 대한 전문적 지식뿐만 아니라 글로벌 협력, 공동 연구, 커뮤니케이션, 빅데이터 활용이 핵심 능력이 되고 있다. 노벨상도 `공동 수상`이 트렌드다. 학계와 기업, 정부와 기업 간 `협력` 마인드를 갖추는 것도 중요하다. 한국에서도 중·고등학교, 대학생 때부터 전 지구적 문제 해결에 관심을 가져야 하며 전 세계에 망원경을 연결한다는 아이디어를 내는 유연한 사고와 실행력을 갖출 수 있도록 교육해야 한다.
둘째, 글로벌 문제 해결엔 나이와 배경, 국적이 문제가 아니란 점이다. 오히려 어릴수록 가능성이 높다. 실제 `전파망원경을 연결한다`는 아이디어를 처음 낸 사람도 천문학자나 천체물리학 교수, 대가가 아닌 20대 여성 대학원생 케이티 보먼이었다.
보먼은 3년 전 매사추세츠공과대(MIT) 대학원에 재학 중 블랙홀 촬영의 기본 알고리즘을 제안했다. 블랙홀에 대한 전문적 지식은 없었지만 자신의 강점인 컴퓨터 과학을 적극 활용했다. 20대 여성은 학계에서도 소수자로 받아들여지는데 만약 한 여학생의 단순한 아이디어로 받아들여졌거나 권위와 위계질서에 막혀 아이디어조차 낼 수 없었다면 블랙홀 촬영이라는 쾌거를 만들어내지 못했을 것이다. 이번 블랙홀 촬영은 지금 모든 것이 발견되고 발명된 것처럼 보이지만 앞으로 인류적 성취가 많이 남아 있으며 젊은이들이 미래를 열어 갈 것이란 희망을 보여준 사건이다.[실리콘밸리 = 손재권 특파원 jack@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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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4-15 15:05:01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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