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nin, 08 April 2019

“남극 브룬트 빙하 분리 기후변화 탓 아니다” - 한겨레

[이근영의 기상천외한 기후이야기]
영국 연구팀 빙상거동 수치계산 결론
스트레스에 의한 자연적인 균열 때문
“이르면 올해 안에 분리 현상 목격”
온난화에 남극대륙 얼음 상실은 사실
남극대륙 서쪽의 브룬트빙상에 균열이 생겨 곧 런던 크기(서울의 3배) 만한 빙하가 떨어져나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영국남극조사단 제공
남극대륙 서쪽의 브룬트빙상에 균열이 생겨 곧 런던 크기(서울의 3배) 만한 빙하가 떨어져나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영국남극조사단 제공
영국 연구팀이 현재 남극에서 임박한 대규모 빙상 분리 현상이 기후변화에 따른 온난화 때문이 아니라 자연적인 현상이라는 분석을 내놓았다. 하지만 지구 온난화와 더불어 남극 대륙의 얼음이 줄어들고 있음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라고 과학자들은 지적하고 있다.
영국 노섬브리아대 연구팀은 학술지 빙권 논고>(The Cryosphere Discussions)에 제출한 논문에서 “영국 핼리과학기지 인근의 빙상 분리가 1년 안에 일어날 것이다. 이 분리는 자연적인 현상이다”라고 밝혔다. 남극 얼음 위에 세워졌던 핼리과학기지는 2017년 균열 지점에서 먼 거리로 이전했다. 빙상 분리로 런던 크기 만한 1500㎢의 빙하가 남극대륙 서쪽(대서양쪽) 웨델해로 떠내려갈 것으로 예상됐기 때문이다. 분리가 언제 일어날지 정확히 알 수 없지만 매우 임박해 영국남극조사단(BAS)은 연구원들을 핼리과학기지에서 철수하라고 지시했다. 조사단에 따르면 균열은 지난달에만 200m 더 진행됐다. 노섬브리아대 힐마르 규드문선 교수는 “균열은 한해 1~2㎞씩 커지고 있다. 겨울이라고 속도가 늦춰진 적도 없다. 분리는 거의 임박했으며, 내 생각에는 1년 안에 일어날 것이다”라고 말했다.(관련기사 “남극 빙하에 맨해튼 3분의 2 크기 구멍 뚫려 급속 붕괴 중”)
유럽연합 인공위성 센티널 1호로 촬영한 남극 브룬트 빙상의 균열들. 유럽우주국(ESA) 제공
유럽연합 인공위성 센티널 1호로 촬영한 남극 브룬트 빙상의 균열들. 유럽우주국(ESA) 제공
브룬트 빙상의 분리 현상이 곧 일어날 것으로 예상되면서 남극 빙상의 붕괴가 기후변화에 따른 지구 온난화 때문인지, 자연적인 현상인지를 놓고 논란이 일었지만, 노섬브리아대 연구팀은 브룬트 빙상의 거동을 모사하는 컴퓨터 모델을 만들어 가동한 결과 “기후변화 영향은 전혀 없었다. 빙상 균열과 이에 따른 빙하 분리는 순수하게 자연적인 현상인 것으로 분석됐다”고 밝혔다. 브룬트 빙상은 대륙에서 바다로 연평균 400m씩 밀려나간다. 연구팀이 인공위성과 지상 관측 자료를 동화시켜 150~250m 두께의 구조물에 가해지는 스트레스를 컴퓨터 모델로 계산해보니 균열이 발달할 것으로 추정된 곳과 실제 균열이 생긴 곳이 일치했다. 규드문선 교수는 “틈새(캐슴)는 스트레스가 쌓여 생기기 시작했으며, 빙상이 성장하면서 틈새도 함께 커졌다. 빙상 자체가 틈새를 만들어낸 것”이라고 강조했다.
남극 브룬트 빙상의 핼러윈 균열과 캐슴 틈새가 만나 빙하로 떨어져 나갈 시기가 얼마 남지 않은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영국남극조사단 제공
남극 브룬트 빙상의 핼러윈 균열과 캐슴 틈새가 만나 빙하로 떨어져 나갈 시기가 얼마 남지 않은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영국남극조사단 제공
브룬트 빙상은 과거에 지금처럼 앞쪽으로 뻗어나와 있지 않았다. 1915년 탐험가 어니스트 섀클턴이 탐사했던 벼랑은 현재 위치보다 훨씬 뒤쪽에 있었다. 브룬트에는 2016년 10월31일 발견돼 ‘핼러윈’이라는 별명이 붙은 또다른 균열이 있다. 이 균열은 또다른 빙하를 만들 것으로 추정됐는데, 이 역시 빙상 스트레스에 의해 발생한 것이다. 디 라이트 노섬브리아대 연구원은 “해양과 대기 데이터 어디에서도 브룬트 지역에서 기후변화가 발생했다는 징표를 찾을 수 없었다. 해양 관측은 물론 한계가 있지만 이상 징후를 발견하지 못했다. 연구팀의 컴퓨터 수치계산은 현 상황이 빙상의 기하학적 구조에서 발생한 자연적인 변화로 완벽하게 설명된다는 것을 보여줬다”고 비비시>(BBC)에 말했다.
브룬트 빙상은 1915년 처음 발견됐을 당시에는 지금처럼 뻗어나오지 않았다. ‘비비시’(BBC) 제공
브룬트 빙상은 1915년 처음 발견됐을 당시에는 지금처럼 뻗어나오지 않았다. ‘비비시’(BBC) 제공
규드문선과 라이트 두 사람이 영국남극조사단에서 일할 당시 핼리과학기지를 균열 지점에서 23㎞ 상류로 옮기도록 하는 결정에 바탕이 된 정보를 제공했다. 만약 기지를 옮기기 않았다면 지금 상당히 위험한 상황에 놓였을 것이어서 당시 결정이 선견지명이었음이 증명되고 있다. 영국남극조사단은 더 나아가 3월과 11월 사이에는 기지를 폐쇄하도록 했다. 빙상이 언제 분리될지 알 수 없고 극지역 겨울철의 어둠 속에서 구조 활동을 감수하기를 원하지 않아서이다. 분리는 현지에 장착된 기기와 인공위성에 의해 관측될 것이다. 유럽연합의 센티널-1 레이더 위성은 며칠에 한번씩 브룬트 지역 상공을 지나면서 균열의 확산과 이에 따른 빙상의 형상 변형을 관측하고 있다. 하지만 남극 지역의 온난화와 더불어 남극대륙의 얼음들이 급감하고 있다는 증거는 넘쳐난다. 2018년 연구 결과들은 남극대륙이 1992년 이래 3조3천억톤이 넘는 얼음을 상실했다고 보고하고 있다. 미국 메릴랜드대 안 항공우주국(NASA) 고다드우주센터 지구시스템기술협력센터 연구원인 크리스토퍼 슈먼은 “빙상이 갈수록 얇아지고 있다는 수많은 연구 논문들이 발표되고 있다. 빙상 꼭대기에 눈이 지금도 쌓이고 있지만 남극 주변의 바닷물 온도가 높아져 빙상 하부에서부터 얼음이 녹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에 빙하가 분리되면 브룬트빙상에서 100년 안에 분리되는 가장 큰 빙하로 기록될 전망이다. 지금까지 가장 큰 빙하 분리는 2017년 남극대륙 동쪽에서 발생한 5700㎢의 라슨 C 빙상에서 분리된 빙하였다. 이근영 기자 ky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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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ww.hani.co.kr/arti/science/science_general/889176.html

2019-04-08 06:46:38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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