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btu, 13 April 2019

[과학TALK] 블랙홀 촬영한 '지구 규모' 전파 망원경 어떻게 만들었나 - 조선비즈

입력 2019.04.14 06:00

우주와 관련된 영화를 보다 보면 흔히 광활한 대지 위에 늘어선 접시 모양의 안테나를 볼 수 있다. 이 안테나들은 바로 지난 10일 인류가 M87 블랙홀을 실제로 관측하는 데 성공한 전파망원경의 일부분이다.

전파망원경(Radio Telescope)은 우주 공간에 있는 천체로부터 복사되는 전파를 수신하는 장치다. 광학망원경이 천체가 내뿜는 가시광선을 반사경으로 모아 천체를 관측하는 반면, 전파망원경은 우주 전파를 받아 이를 증폭하고 다시 컴퓨터에 저장해 영상으로 재구성한다.

우주는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전파를 계속해서 방출한다. 지구에서는 이 특정 주파수의 전파를 안테나로 포착하고 영상으로 재구성하는 것이다. 안테나 수신에서 영상으로 재구성하는 것까지 전 과정을 바로 전파망원경이라고 부른다.

남아메리카 칠레에 있는 전파 망원경. 접시 안테나가 1개가 아니라 여러 개를 연결하는 ‘초장기선 전파 간섭계’로 천체를 관측한다. /EHT 프로젝트 제공
우주 전파를 받으려면 이를 중심부 수신기에 모아줄 수 있는 접시 모양의 안테나가 필요하다. 이 안테나의 지름이 클수록 관측 성능이 좋은데 눈으로 직접 대고 보는 망원경의 직경이 클수록 멀리 관찰하는 것과 같다. 현재 세계에서 가장 큰 단일 규모 전파망원경은 직경 500미터 규모를 가진 중국의 ‘톈옌(天眼)’이다.

하지만 단순히 안테나의 직경을 확장하는 일은 공간적 한계에 직면한다. 이에 따라 전파천문학자들은 단일 망원경으로도 보기 어려운 천체는 여러 대의 안테나를 결합해 전파를 모으는 방식인 ‘초장기선 전파 간섭계(VLBI, Very Long Baseline Interferometer)’로 관측하고 있다.

이번 M87 블랙홀 관측에도 이 VLBI가 쓰였다. 세계 천체학자들은 전 지구에 걸친 전파망원경 8대를 연결해 이전에 없는 지구 규모의 가상 망원경을 만들었다. 여기서 지구 규모란 전파망원경과 전파망원경 사이의 거리 수준이다.

VLBI는 서로 다른 여러 지점에서 동일한 천체 대상을 정해 같은 시간 내 관측한다. A라는 지점과 B라는 지점에 각각 전파망원경이 있고 이 사이의 거리가 100킬로미터라면 지름 100킬로미터 규모의 가상 망원경이 생기는 것이다.

이때 A와 B, 2개의 전파 망원경은 각각 정확히 동일한 관측 시각에 잡아낸 전파를 전파가 발생한 우주의 실제 공간까지 역추적하고 영상으로 전환한다. 이 분석 과정은 전파를 영상으로 전환할 수 있는 특수한 기능을 가진 슈퍼컴퓨터만이 가능하다.

특히 여러 대의 전파망원경이 멀리 떨어져 있을수록 전파 신호를 더 증폭할 수 있고 그래서 더 높은 해상도를 얻을 수 있다. 각지의 전파망원경이 각자 전파 신호를 포착하고 이 신호들을 한데 모아 ‘가상의 망원경 초점’에서 종합하면 사실상 지구만한 전파망원경의 효과를 낸다.

정태현 한국천문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지난 11일 EHT 프로젝트 설명회에서 "이번에 우리가 달성한 전파 망원경의 성능은 한라산에서 백두산 정상에 있는 사람의 머리카락 하나하나까지 볼 수 있도록 구현돼 작은 천체인 블랙홀을 영상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M87 블랙홀 실제 관측에 사용된 전 세계 8개 전파 망원경을 연결한 모습. 이는 ‘사건 지평선 전파 망원경(EHT)’이다. /EHT 프로젝트 제공
블랙홀 실제 관측에는 칠레에 위치한 아타카마 밀리미터·서브밀리미터 전파간섭계(ALMA), 아타카마 패스파인더(APEX) 2개와 미국 하와이의 제임스 클러크 맥스웰 망원경(JCMT)와 서브밀리미터 망원경(SMT) 2개, 스페인에 있는 30미터 망원경, 미국 애리조나 서브밀리미터 망원경(SMT), 멕시코 대형 밀리미터 망원경(LMT), 남극 망원경(SPT)이 참가했다.

이 각 전파 망원경이 있는 지역을 1.3밀리미터 파장 대역에서 전파 망원경으로 연결하면 지구 전체 규모의 크기를 갖는 가상 망원경이 형성된다. 또 M87 블랙홀 전파 분석과 영상 전환은 독일 막스플랑크 전파천문학연구소(MPIfR)와 미국 메사추세츠공과대 헤이스택 관측소에 위치한 특화된 슈퍼컴퓨터가 했다.

이 국제 프로젝트는 지난 2018년부터 2020년까지 진행하는 관측에 그린란드(GLT)와 프랑스 알프스(IRAM NOEMA), 미국 애리조나주의 킷픽(Kitt Peak) 3개의 전파 망원경을 추가한다. 3개 전파 망원경이 추가되면 관측 성능이 더 향상될 예정이다.

김재영 독일 막스플랑크 전파연구소 박사는 "앞으로 미국, 유럽, 그린란드 망원경이 프로젝트에 참가해 사물 구분 능력을 높이게 된다"며 "이번에 지구 크기의 망원경을 가상으로 만들어 성능을 높인 만큼, 우주 공간에 전파 망원경을 세우면 지구보다 더 큰 망원경을 구성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EHT 프로젝트가 관측한 M87 중심부 초대형 블랙홀의 그림자. 중심의 검은 부분은 블랙홀과 블랙홀을 포함하는 그림자이고, 고리의 빛나는 부분은 블랙홀의 중력에 의해 휘어진 빛이다. 관측자로 향하는 부분이 더 밝게 보인다. /EHT 프로젝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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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4-13 21:00:00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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