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btu, 13 April 2019

[씨네마 사이언스] 또 다시 깨진 우주의 신비, 영화 속 '블랙홀'은? - 이뉴스투데이

영화 '인터스텔라' 속 블랙홀 모습. <사진=워너브라더스코리아>

[이뉴스투데이 여용준 기자] 4월 10일 늦은 밤, 인간이 늘 상상해왔던 우주의 신비가 또 한 꺼풀 벗겨졌다. 국내 천문학자를 포함한 사건지평선망원경(EHT·Event Horizon Telescope) 연구진은 거대은하 ‘M87’ 중심부에 있는 블랙홀 관측에 성공했기 때문이다. 인류 역사에서 블랙홀 관측에 성공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연구진이 공개한 이 영상은 처녀자리 은하단 중심부에 존재하는 ‘M87’ 중앙 블랙홀 모습을 담고 있다. 이 블랙홀은 지구로부터 5500만 광년 떨어져 있으며 질량은 태양의 65억배다. 태양 1개 질량은 지구 33만2000배와 비슷하다.

특히 이번 블랙홀 발견은 아인슈타인 일반상대성이론을 증명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크다.

하이노 팔크 EHT 과학이사회 위원장(네덜란드 래드버드 대학교 교수)은 “만약 블랙홀이 밝게 빛나는 가스로 이뤄진 원반 형태 지역에 담겨 있다면 그림자 같은 어두운 지역을 만들어 낼 것이라고 예측했다”며 “이 현상은 아인슈타인 일반상대성이론에서 예상한 바지만 우리가 이전에는 전혀 직접 보지 못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 프로젝트에 참여한 한국천문연구원의 손봉원 박사도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성이론에 대한 궁극적인 증명”이라며 “그간 가정해 온 블랙홀을 실제 관측해 연구하는 시대가 왔음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블랙홀이 발견되면서 우리는 우주의 신비에 대해 조금 더 알아갈 기회를 마련하게 됐다. 그러나 SF소설과 영화로 상상해오던 블랙홀은 그 범위가 조금 좁아지게 됐다.

특히 영화에서 블랙홀은 매우 다양한 모습으로 상상돼왔다. 가장 대표적인 영화는 역시 크리스토퍼 놀란의 ‘인터스텔라’다. 노벨상 수상자이자 미국 캘리포니아공과대 명예교수인 킵 쏜 박사가 제작총괄자로 참여한 이 영화는 블랙홀을 묘사하기 위해 철저한 과학적 검증을 거친 것으로 유명하다. 실제로 10일 발견된 블랙홀 모습 역시 ‘인터스텔라’에서 묘사된 블랙홀과 유사하다.

영화 속 주인공 매튜 매커너히가 블랙홀 속으로 빨려 들어가서 본 것은 아카이브처럼 나열된 과거의 시간들이다. 이것은 영화 속 사건의 해결 단계를 마련하기 위한 감독의 상상이다. 다만 이 아카이브 역시 시간의 상대성으로부터 일부 영향을 받았다고 볼 수 있다. 실제 크리스토퍼 놀란은 ‘인셉션’부터 ‘덩케르크’에 이르기까지 시간의 상대성을 활용해 다양한 이야기를 꺼내고 있다.

10일 EHT가 발견한 블랙홀. <사진=E

먼 미래의 우주선 속에서 블랙홀을 생성하는 중력구동기가 작동하면서 다른 차원의 악마가 넘어온다는 상상은 블랙홀에 대한 인간의 두려움을 잘 반영하고 있다. 블랙홀에 대한 또 다른 상상은 제목부터 블랙홀의 안과 밖을 의미하는 ‘사건지평선(Event Horizon)’과 같은 ‘이벤트 호라이즌’이다. ‘레지던트 이블’ 시리즈로 유명한 폴 W.S 앤더슨의 1997년작인 이 영화는 SF영화팬들과 호러영화팬들을 모두 사로잡은 대표적인 코즈믹 호러영화다.

SF영화나 소설에서는 이처럼 먼 미래에 블랙홀을 직접 만드는 시기가 올 것이라고 상상하는 쪽도 있다. J.J 에이브럼스가 고전 SF영화를 리부트한 영화 ‘스타트렉:더 비기닝’에서는 블랙홀을 직접 만드는 악당 종족이 등장한다.

이들은 미래에서 스팍(레너드 니모이)을 추적하다 과거로 와서 과거의 스팍(재커리 퀸토)과 커크(크리스 파인)을 없애고 우주함대 전체에 복수하기 위해 뒤쫓는다. 여기서 블랙홀은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거나 전혀 낯선 시간대에 불시착하게 하는 역할을 한다.

DC코믹스의 대표 히어로 슈퍼맨이 등장하는 영화 ‘맨 오브 스틸’에서도 크립톤 행성의 우주선이 충돌하면서 블랙홀이 생성되는 모습이 나온다. 이 블랙홀은 절묘하게 크립톤인들만 빨아들이면서 행성 하나가 멸망하는데 지대한 역할을 한다.

모두가 아는 대로 블랙홀은 빛조차 빨아들일 정도록 강력한 중력을 자랑한다. 때문에 영화에서는 주로 사건을 반전시키는 ‘게임 체인저’의 역할로 활용된다. 실제로 발견된 블랙홀은 빛의 속도로 가더라도 5500만년 뒤에야 도착할 정도로 먼 곳에 있다. 그러나 그것의 존재가 우리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는 것만으로도 인류의 역사에는 하나의 ‘게임 체인저’가 등장한 셈이다. 인류의 과학과 역사, 그리고 문학은 앞으로 큰 변화를 맞이할 것으로 예상된다.

여용준 기자  dd0930@enews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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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4-12 23:00:53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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