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btu, 27 Februari 2021

수익률이 무려 31718%…비둘기 신발이 뭐길래 - 매일경제

2005년 발매 당시 뉴욕경찰이 구매자들을 안전하게 집으로 에스코트까지 해줬다는 전설의 운동화가 있다. 주인공은 '나이키 덩크SB 로우 스테이플 NYC 피죤'이다. 특유의 비둘기 마크로 '피죤 덩크'라는 별칭이 붙었다. 뉴욕의 디자이너 제프 스테이플과 나이키가 150족만 제작한 이 신발의 발매가는 200달러. 16년이 지난 현재 리셀가는 무려 3만1718% 뛴 7000만원이다.국내에는 세 켤레 가량 들어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정판 운동화를 구매해 웃돈을 얹어 되파는 '스니커테크(스니커즈+테크)'가 인기다. 재테크에 관심을 갖는 10~20대가 많아지면서 미술품이나 명품보다는 진입장벽이 낮은 운동화가 주거래 물품이 된 것이다. 2019년 20억 달러(2조2500억원)에 불과했던 글로벌 스니커즈 리셀 시장 규모는 2025년 60억 달러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 에어조던 운동화 한 켤레가 12억원?

운동화 리셀 가격은 20만원대부터 많게는 수십억원까지 형성돼있다. 경매 사상 최고가에 팔린 신발은 나이키의 '에어조던1'으로, 56만 달러(한화 6억2000만원)에 팔렸다. 마이클 조던이 직접 경기에 신고 나온 운동화다. 현재는 동일 상품이 이베이에 107만 달러(12억원)에 올라와있다.

국내에서는 지드래곤의 '피스마이너스원 검노(검정노랑)' 리셀가가 가장 비싸다. 지드래곤이 지인들에게 나눠줄 'FAF'(Family and Friends)용으로 70켤레만 제작한 나이키 '에어포스1'은 미개봉 상품이 4000만원에 팔리기도 했다. 나이키 운동화 발매가가 대부분 20만원인 것을 감안하면 200배가 뛰었다. 현재는 3500만원에 거래되고 있다.

나이키와 아디다스 등 대부분의 한정판 스니커즈는 추첨제인 래플(Raffle) 방식으로 시장에 풀린다. 일명 '뽑기'다. 20만원대의 여윳돈만 있으면 운좋게 리셀가 수백만원의 운동화 주인공이 될 수 있다. 샤넬과 롤렉스 등 명품보다 진입장벽이 낮다보니 10대들도 손쉽게 뛰어든다.

◆ "조정기간 한 달, 이후에 구매해야 이득"

스니커즈 리셀 시세는 수요와 공급에 따라 계속 변동된다. 주식하고 같다. 발매 개수가 적을수록 가치는 올라간다. 예로 지난 26일 기준 글로벌 리셀 플랫폼 스톡엑스에서 '조던 12 레트로 화이트 다크그레이(4Y)'는 직전거래(163달러)보다 22.6% 뛴 200달러에 팔리고 있다.

높은 수익률을 내려면 어떻게 해야할까. 곽호영 번개장터 패션·라이스프타일 팀장은 "리셀 시장도 조정장이 분명히 온다"며 "수집이 아닌 재테크 목적이라면 발매 후 한 달 뒤에 매입하는 것을 추천한다. 한 달 정도 조정기간을 거친 후에 평균가가 형성되기 때문"이라고 조언했다.

스니커즈는 번개장터에서 패션잡화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이 거래되는 품목이다. 지난해에만 거래건수 57만건, 거래액 820억원을 기록했다.

실제 나이키와 디올이 협업한 '조던1 디올 하이 OG'는 리셀가가 3000만원에서 1500만원으로 폭락했다. 디올이 배송 시기를 1~3차로 나눴기 때문이다. 1차에 물건을 받은 구매자는 3000만원에 팔았다. 그러나 이미 물량이 풀린 탓에 3차 구매자는 1500만원에 신발을 내놔야 했다.

스니커즈도 유행을 탄다. 곽 팀장은 "2010년도에는 발목이 높은 '조던 하이(High)'가 인기를 얻었지만 2020년대 들어서는 미드(Mid)나 로우(Low)가 관심을 받고 있다"며 "컬러는 마이클 조던을 상징하는 '레드'를 선택해야 높은 가격에 팔릴 확률이 높다"고 말했다.

◆ 40대 신장률 1위…자녀 재테크 목적도

리셀 시장에 참여하는 중장년층도 증가하고 있다. 번개장터에 따르면 지난해 연령대별 거래건수 비중은 25세 미만(40%)이 1위를 차지했다. 그러나 신장률은 30~40대가 가장 높았다. 지난해 전년대비 거래건수 증가율은 35~44세가 31%로 1위를, 45세 이상(25%)이 2위를 기록했다.

이같은 니즈를 반영해 번개장터는 지난 26일 더현대 서울에 첫 오픈라인 매장 '브그즈트(BGZT)랩'을 열고 실제 리셀 스니커즈를 판매한다. 이날 매장을 찾은 50대 김 모씨는 나이키의 '트레비스 스캇' 미개봉 리셀 상을 구매했다. 가격은 148만원이다. 김 씨는 "고등학생 아들이 스니커즈를 모으는 취미를 가지고 있다"며 "재테크 목적으로 선물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신미진 매경닷컴 기자 mjshin@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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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2-27 23:40:25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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