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우연 노조 “달탐사 지연, 과기부 감사해달라” - 조선일보

우리나라 우주 개발을 담당하는 국책연구기관인 한국항공우주연구원(항우연)의 노조가 지난 17일 상급기관인 과학기술부 국·과장급 등 공무원 3명을 “직무를 유기해 달 탐사 사업 진행에 막대한 차질을 가져왔다”며 감사원에 감사를 청구했다. 정권에 따라 매번 정책이 바뀌고 기술 문제가 생기면서 수차례 발사가 연기된 달 탐사 사업이 이젠 감독 기관과 사업 추진 기관 간 진흙탕 싸움으로 확산한 것이다.

달탐사 사업 상상도/ 한국항공우주연구원

◇항우연 노조, 과기부 감사 청구

달 탐사 사업은 그동안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2016년 사업 시작 당시엔 달 궤도선의 무게를 550㎏으로 만들어 2020년 말까지 보내는 것이 목표였다. 하지만 항우연 일선 연구자들은 “설계 목표인 550㎏은 맞출 수 없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과기부는 작년 9월 궤도선 무게를 550㎏에서 678㎏으로 늘리기로 결정했다.

달까지 가는 연료도 문제였다. 궤도선의 무게가 늘면 연료가 더 들기 때문이다. 과기부는 작년 9월 연료 소모를 줄이기 위해 궤도선이 달 상공 100㎞에서 돌게 될 궤도를 수정했다. 그러자 협력자인 NASA 측이 “극지방 촬영이 어렵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과기부는 작년 11월에야 NASA 제안을 받아들여 처음 궤도로 다시 수정했다.

한국 최초 달 궤도선 어떻게 가나

무게와 궤도 논란으로 4년을 허비하는 사이 발사 시점은 2020년 말에서 2년 늦춰졌고, 1978억원이던 사업 예산은 380억원 정도 더 늘었다. 항우연 노조는 감사 청구에서 “과기부는 2017~2018년 지속적으로 제기된 무게 문제를 무시해 달 탐사 사업 지연을 초래한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다. 노조는 또 “항우연이 작년 3월 궤도선 무게 증가에 따른 궤도 수정의 문제점을 지적한 내부 보고서를 제출했는데도 과기부가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과기부 측은 “달 탐사 사업이 처음 하는 사업인 데다가, 항우연 내부 이견으로 시간이 오래 걸린 것”이라며 “사업 지연을 항우연 외부 탓으로 돌리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반박했다.

항우연이 제작한 달탐사사업홍보 포스터./한국항공우주연구원

◇정권 따라 오락가락

달과 지구의 거리는 38만㎞이다. 지구 둘레의 약 9배다. 달 탐사는 고도의 기술이 필요한 영역으로 심우주(深宇宙)로 나아가기 위한 전초 연구다. 그만큼 정교해야 한다. 티끌만 한 실수로도 탐사·궤도선은 우주 미아가 될 수 있다. 각도가 0.1도만 차이 나도 원래 목표했던 달에서 600㎞ 이상 떨어지게 된다. 지금껏 달 궤도선을 보낸 나라는 미국, 러시아, 유럽연합(EU), 중국, 일본, 인도 정도다.

우주 선진국이 앞서가는 사이 우리나라 달 탐사 계획은 정권에 따라 오락가락했다. 2007년 노무현 정부 때 처음 세워졌다. 달 궤도선은 2020년, 착륙선은 2025년 발사한다는 내용이었다. 2013년 박근혜 정부는 궤도선은 2018년까지, 착륙선은 2020년으로 일정을 당겼다. 대선 공약에 맞추기 위해서였다. 2017년 문재인 정부는 궤도선 발사를 2020년, 착륙선은 2030년으로 늦췄다. 전문성이 필요한 사업이지만 담당 국장은 올해 두 번 바뀌는 등 주무 부처인 과기부도 제 역할을 못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항우연의 한 인사는 “탈 탐사 사업이 정권이라는 외풍과 과기부, 항우연 내부 문제로 삐걱대는 게 안타깝다”면서 “지금부터라도 제대로 사업을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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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9-27 18:04:38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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