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인류는 또 다른 기로에 서 있습니다”
할리우드 영화 ‘인터스텔라’를 제작자인 린다 옵스트는 이달 16일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매일경제신문 주최로 열린 세계지식포럼에서 화상 인터뷰를 통해 최근 인류의 삶을 바꾸고 있는 인터넷과 네트워크로 연결된 세상이 부작용을 예측하는 과정을 거치지 않았다며 이같이 진단했다. 옵스트는 천문학자가 외계 생명체와 접촉하는 과정을 그린 영화 ‘콘택트’와 웜홀을 통과해 먼 천체와 블랙홀을 탐험하는 장면을 그린 영화 인터스텔라 등 할리우드 SF 영화 다수를 제작해 온 제작자다.
옵스트는 콘택트와 인터스텔라에 대해 “사촌지간 관계의 영화”라고 소개했다. 두 영화 모두 미국 천문학자이자 과학 저술가로 알려진 칼 세이건과 노벨 물리학상을 받은 킵 손이 손을 잡고 만든 천체 물리학 이론을 밑바탕에 둔 영화라는 것이다. 세이건은 콘택트의 원작 소설을 썼다. 킵 손은 인터스텔라가 과학적 이론에 입각할 수 있도록 돕는 자문으로 참여했다.
옵스트는 “세이건이 콘택트를 쓸 때 외계 생명체가 블랙홀을 통해 주인공을 부르는 것으로 가정하고 손에게 연락을 해 자문을 구했더니 손은 ‘압력이 너무 강해 어떠한 존재도 생존할 수 없을 것’이라고 했다고 한다”며 “그런데 이후 이러한 생각을 나누는 과정에서 이론적으로만 가능하다고 생각하던 웜홀이 있을 수 있다고 생각을 바꿨고 시간 여행도 가능할 것이다고 생각했다고 한다”고 말했다. 콘택트에서는 주인공이 6분간 웜홀을 통해 우주를 여행하는 경험을 하고, 인터스텔라에서는 주인공들이 웜홀을 통해 다른 행성계에 도달하게 된다.
옵스트는 “콘텍트와 인터스텔라는 SF가 과학에 어떤 영향을 주었는 가 보여주는 사례”라며 “이 작품들 전 웜홀 이론은 괴짜들만 생각하는 것으로 여겨졌다”고 말했다. 이어 “나아가 태양계 밖 행성에 생명체가 있을 수 있다는 생각도 지금은 주류 과학으로 여겨지지만 SF에서 소개되기 전에는 가능하지 않던 생각”이라며 “이제는 위성들이 태양계 밖의 생명체를 찾고 지구와 유사한 특성을 가진 행성들이 속속 발견되고 있다”고 말했다.
옵스트는 지금의 인류가 기로에 서 있다고 진단했다. 현재 세상을 빠르게 바꾸고 있는 인터넷과 네트워크로 촘촘히 연결된 세상은 SF 등을 통해 과학자들을 넘어 예술가와 철학자, 인문학자에게 전달되고 공론화하는 과정이 없었다는 것이다. 옵스트는 “인터넷이 출범하며 어떻게 활용될지와 어떤 사회를 만들지, 민주주의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전혀 고려되지 않았다”며 “가짜 뉴스가 만연하고 민주주의를 고려하지 않는 독재 정권에서 정보를 손가락만 까딱해 수집하는 일이 일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옵스트는 미래를 바꾸고 SF 콘텐츠로도 적용할 만한 과학 기술로 두 가지 이상의 상태가 한 물질에서 동시에 나타날 수 있는 양자중첩 현상을 이용한 기술들을 들었다. 옵스트는 “예를 들어 트위터에 백인과 흑인을 동시에 담은 영상을 올리면 보는 사람에 따라 흑인으로도 백인으로도 볼 수 있다”며 “모든 스펙트럼이 가능하고 모든 실현 가능한 상황을 동시에 컴퓨터 환경에서 경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옵스트는 “무엇이든 가능한 가상 세계에서 사람들이 계속 살고 싶어할 수 있다는 걸 생각하면 우울하다”고 말했다. 이어 “경험이 무엇인가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질 수도 있고 다른 사람과 교류를 원하지 않을 수도 있는 상황에는 결국 규칙이 필요할 것”이라며 “역사가나 예술가, 인문학자들이 규칙을 만드는 일 또한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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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9-16 09:40:58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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