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밥바라기별 떠오르는 저녁이면/ 개들도 고향의 누나가 보고 싶다/ 개밥바라기별 유난히 빛나는 새벽이면/ 개들도 돌아가신 아버지가 보고 싶다.’
온종일 논밭일에 매달리다 어스름 저녁이 되어서야 집으로 돌아가는 길, 가족은 하늘에 뜬 별을 보며 집에 있는 바둑이를 떠올렸다. 개밥 줄 때가 지났는데 얼마나 배고플까. 정호승 시인은 시 ‘개밥바라기별’에서 별을 바라보는 개의 마음에 빗대 늘 식구의 끼니를 걱정하는 가족을 그리워했다.
조상들은 해가 지고 서쪽 하늘에 떠오른 금성(金星)을 보고 이렇게 개밥바라기라고 불렀다. 새벽에 떠오르면 새로 뜨는 별이라고 따로 샛별이라 불렀다. 금성이 태양의 뒤를 따라가면 해가 지고 서쪽 하늘에 보이는 개밥바라기가 되고, 태양을 앞서면 해 뜨기 전 동쪽 하늘의 샛별이 된다. 지금 금성은 해 뜨기 3시간 반 전쯤 떠오르는 샛별이다. 지구와 금성의 상대적 위치가 한 번 순환하는 회합 주기가 584일이니, 태양과 일직선이 돼 안 보이는 시간을 빼면 약 9개월 주기로 샛별이 됐다가 개밥바라기가 된다.
샛별 또는 개밥바라기가 최근 전 세계 사람들의 이목을 사로잡았다. 지난 14일 영국 카디프대 연구진은 국제 학술지 ‘네이처 천문학’에 “전파망원경으로 금성의 표면 53~61㎞ 상공 구름에서 수소화인을 포착했다”고 밝혔다. 수소화인은 인 원자 하나와 수소 원자 3개가 결합한 물질이다. 자연에서는 늪처럼 산소가 희박한 곳에서 미생물이 만든다. 금성도 그렇다면 구름 속에 미생물이 살고 있다는 말이 된다.
과학계에서는 금성 탐사 붐이 일고 있다. 뉴질랜드에 발사장을 둔 미국의 우주 기업 로켓랩은 오는 2023년 일렉트론 로켓을 발사해 금성을 탐사하겠다고 밝혔다. 이 업체는 원래 지난해 수성 탐사를 위해 포톤 우주선을 발사하겠다고 발표했다. 로켓랩은 포톤이 수성으로 가는 길에 금성에 37㎏짜리 탐사체를 떨어뜨려 생명체가 만든 분자가 있는지 재확인하겠다고 밝혔다.
유럽우주국(ESA)과 일본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JAXA)도 2018년 발사한 수성 탐사선 베피콜롬보로 금성을 탐사하겠다고 밝혔다. 베피콜롬보는 2025년 수성에 도착할 예정인데, 그 전에 두 차례 1만㎞ 안쪽으로 금성에 근접 비행한다. 금성의 중력을 이용해 수성으로 가는 추진력을 얻으려는 것이다. 첫 번째 금성 근접 비행은 오는 10월 15일 진행된다. 두 우주 기구는 이때 영국 과학자들이 전파망원경으로 포착한 수소화인을 가까이서 검증할 방법을 찾고 있다.
금성은 이미 우주 개발 초기부터 인류를 사로잡았다. 금성은 태양계에서 지구에 가장 가까이 있는 행성이며, 크기나 밀도도 비슷하다. 중력도 지구의 90%로 별 차이가 없다. 밤하늘에서 달 빼고는 가장 밝은 천체이기도 하다. 1961년 구소련의 금성 탐사선 베네라 1호를 시작으로 소련은 베네라 시리즈, 미국은 마리너 시리즈를 금성으로 쏘아 금성의 대기와 표면을 탐사했다.
1965년 소련의 베네라3호가 금성에 처음으로 착륙할 때 할리우드에선 ‘선사 행성 여행’이라는 영화가 개봉됐다. 영화에서 금성은 습지에 공룡이 사는 원시 행성으로 묘사됐다. 사람들은 금성이 지구의 과거 모습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하지만 사실 금성은 지옥에 가까울 정도로 혹독한 환경이다. 두꺼운 구름층이 누르는 힘 탓에 표면 압력이 지구의 90배나 된다. 구름층이 열을 가둬 기온도 섭씨 470도가 넘는다. 겉모습은 지구와 쌍둥이인데 내면은 딴판인 셈이다.
그래도 희망은 있다. 표면 50㎞ 상공은 기압과 온도가 지구와 비슷하다. 이번에 수소화인까지 발견되면서 세계적 천문학자이자 TV ‘코스모스’ 프로그램을 통해 과학 대중화을 이끈 칼 세이건이 예견한 대로 금성의 구름 속을 떠다니는 생명체를 발견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더욱 높아지고 있다.
칼 세이건은 생전 토성의 위성 타이탄과 목성의 달인 유로파에도 생명체가 있을 가능성을 제시했다. 현재 천문학계는 태양계에서 생명체가 있을 것으로 가장 유력한 곳으로 유로파, 타이탄과 함께 역시 토성의 위성인 엔셀라두스, 그리고 화성을 꼽는다. 모두 최근 지하에 거대한 바다나 얼음층이 있거나 유기물이 가득한 호수가 존재한다는 증거가 잇따라 나왔다.
늘 혼자 같던 삶이지만 추석이 되면 내 끼니를 걱정해주는 가족이 항상 곁에 있었음을 새삼 느낀다. 이번 추석엔 덩달아 지구도 생명체를 간직한 가족이 태양계 곳곳에서 함께한다는 희망을 품게 됐다. 한가위 새벽 샛별이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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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9-21 18:00:00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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