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이번 모델은 처음부터 암호화폐 채굴 효율을 낮춘 ‘LHR(Lite Hash Rate)’ 기능을 적용한 만큼, 채굴 시장이 아닌 소비자 시장에 공급될 것으로 더욱 주목을 받았다.
기대가 통했는지, 3일 저녁 3080 Ti의 구매에 성공했다는 소비자들의 경험담이 이전 다른 제품들보다 부쩍 늘었다. 어떠한 모델이든 판매를 시작하면 몇 초 되지 않아 순식간에 ‘품절’되던 것과 달리, 판매 시작 후 수 분이 지나도 재고가 있을 정도로 훨씬 여유가 있었다는 것.
구매 경쟁이 완화된 것처럼 보였고, 커뮤니티 등지에서는 4일 오전부터 판매하는 3080 Ti 물량의 구매 가능성에 대한 기대감도 덩달아 커졌다. 옥션 등 일부 쇼핑몰은 3080 Ti를 위한 별도의 기획전까지 마련했고, 일부 유통사들도 각각 판매 예정 시각을 공지하면서 분위기는 더욱 달아올랐다.
하지만, 4일 오전부터 시작된 3080 Ti의 온라인 판매는 이전 ‘채굴 대란’ 못지않은 전쟁터를 방불케 했다. 전날 밤이 분위기 파악을 위한 전초전에 불과했던 것처럼, 4일 판매 물량은 브랜드에 상관없이 거의 모든 3080 Ti 제품들이 판매 개시 수초 만에 매진되는 사태가 속출했다.
쇼핑몰의 기획전 페이지는 약속한 판매 시간이 됐음에도 불구하고 구매 링크가 열리는 모습을 볼 수 없었다. 약속한 판매 시간이 되자마자 몇 초 만에 매진되고, 물량이 동나면서 구매 링크가 열릴 틈조차도 없었다.
어떻게든 제품 링크를 찾아서 들어가 보니, 이미 매진된 지 한참 된 제품에 여전히 1000명 단위의 대기자들이 줄을 서 있었다. 5분쯤 지나 대기 순번이 끝났고, 겨우 들어간 제품 판매 페이지에는 매정한 ‘품절’ 표시만 기다리고 있었다.
결국, ‘채굴 성능 제한’만으로는 그래픽카드 시장이 당분간 정상화되기가 쉽지 않은 것이 드러났다. 채굴 대란 이전부터 고성능 그래픽카드를 찾는 소비자들이 많았고, 그 수요가 대란 이후에는 모두 대기 수요로 남아있는 상황이다. 차익을 노리는 리셀러들의 좋은 먹잇감이 될 수밖에 없다.
엔비디아도 젠슨 황 CEO가 직접 나서 GPU 공급 물량을 늘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당장 실현하기는 어렵다. 글로벌 규모의 반도체 부족 현상이 여전히 진행 중이기 때문이다. 엔비디아 혼자 노력해서 당장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다음 주인 10일에는 3080 Ti보다 더 많은 구매자가 기다리고 있는 주력 제품군인 ‘3070 Ti’가 판매될 예정이다. 반년 넘게 기다려온 게이머들이 원하는 그래픽카드를 손에 넣고, 좋아하는 게임들을 맘껏 즐길 수 있는 데는 좀 더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최용석 기자 redpriest@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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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6-04 21:00:00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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