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5일 플로리다주 현지 시각 13시 29분. 화물을 실은 로켓이 미국 플로리다주에 있는 케네디우주센터에서 강렬한 화염을 내뿜으며 솟아오르더니 순식간에 대기권을 빠져나갔다.
22번째로 국제우주정거장(ISS)에 도착한 ‘펠콘9(Falcon9)’. 테슬라 대표이면서 최근 국제적으로 가장 뜨거운 인물인 일론 머스크가 설립한 민간우주 수송회사인 ‘스페이스 X(Space X)’의 발사체다. 스페이스X는 미국항공우주국(NASA)에 상업용 화물을 제공한다.
이번 발사체에 실린 화물에는 과학실험을 위한 특별한 생물이 포함됐다. 물곰(Water bear), 하와이짧은꼬리오징어(학명 Euprymna scolopes), 목화(학명 Gossypium hirsutum) 등이다. 무중력에 가까운 우주정거장에서 생리적, 형태적 반응을 실험하기 위해서다. 특히, 동물과 박테리아 사이의 관계를 증명하는 실험이 가장 돋보인다.
미세 중력, 공생 관계에 영향?
우주에서 미세 중력이 진핵생물과 미생물의 공생관계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연구는 꾸준한 관심사였다. 오래전부터 과학자들은 이 두 생물 간 공생관계를 연구했지만, 인공 중력 조건에서 가상의 모델링이라는 한계가 있다.
공생관계 실험체는 다루기 쉬운 하와이짧은꼬리오징어와 오징어 외피에서 발광하는 박테리아인 ‘비브리오 피셔리(학명 Vibrio fischeri)’가 선정됐다. 짧은꼬리오징어는 태어날 때부터 박테리아와 공생하지 않고, 성장하면서 바다에서 획득한다.
하와이짧은꼬리오징어 체내에 들어가는 발광성 박테리아인 비브리오 피셔리는 그람음성균에 속하는데, 그람음성균의 세포벽은 얇은 펩티도글리칸(Peptidoglycan) 층과 ‘지질 다당류(LPS, Lipopolysaccharide)’의 외막으로 구성됐다. 펩티도글리칸과 지질다당류는 공생 초기에 신호 물질로 작용한다.
현재까지 알려진 연구에 따르면 분자 신호 후 공생이 시작되면 숙주인 오징어는 면역 반응이 일어나 혈구가 이동하고, 오징어 표면 상피 세포의 퇴화가 촉진된다. 세포사멸이 일어나는 것이다. 숙주가 박테리아에 노출된 후 혈구의 흐름이 2시간 이내에 나타나지만, 미세 중력에서는 12시간까지 지연됐다. 원인은 알 수 없지만, 미세 중력이 혈구의 이동을 억제하는 것으로 추측된다.
지난 3월 네이처(Nature)지에 게재된 연구로는 숙주 조직 내 초기 세포사멸은 박테리아의 지질 다당류와 외막 소포에 기인하는데 미세 중력은 지질 다당류와 외막 소포 생산량을 변화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공생으로 유도되는 발달이 우주에서는 변할 수도 있다는 의미다.
인간‧박테리아 공생 기작 밝히는 기회
박테리아에 노출된 적 없는 부화한 하와이짧은꼬리오징어 128마리는 미국 스타트업 회사인 테크샷(Techshot)이 개발한 특별한 우주실험장치(ADvanced Space Experiment Processor)에서 배양된다. 반냉동된 채로 우주에 도착하면 박테리아를 넣고 12시간 동안 해동하면서 우주 비행 조건에서 공생관계를 시간별로 관찰하게 된다.
또 과학자들은 공생균의 유무에 따라 미세 중력에서 오징어의 어떤 유전자가 발현되는지 전사체를 조사할 예정이다. 지구에서 실험했던 숙주에서 박테리아에 의한 세포사멸 가속화, 숙주의 면역세포가 공생 부위로 이동하는 데 걸리는 지연을 나타내는 표현형의 분자기작 등을 연구한다.
플로리다대 미생물학자인 제이미 포스터 박사는 “인간을 포함한 모든 동물은 건강한 소화 및 면역체계를 유지하기 위해 미생물에 의존한다”라며 “우주 비행이 이런 상호작용을 어떻게 바꾸는지 완전히 이해하지는 못했다”라고 말했다.
인간과 연관된 박테리아 종은 2,000여 개지만, 그중 확인된 병원균은 100종 미만이다. 앞으로 10년 동안 인간이 주도하는 우주 탐사는 낮은 궤도를 넘어 더 깊은 우주로 향할 것으로 보인다. 이런 장기적인 우주 탐사에서 비행사의 체력을 유지하려면 미생물 군집에 관한 이해가 필요하다는 점에서 이번 실험은 의미가 크다.
물곰, 목화 등…미세 중력 내 생물의 반응 실험
이외에도 완보동물문인 물곰과 식물로는 유일하게 목화가 실험체로 보내졌다. 물곰은 다중 극한생물(polyextremophiles)로 여러 극한 상황에 견디도록 진화한 생존력 높은 동물이다. 2019년 달 표면에 추락한 이스라엘 무인 탐사선 ‘베레시트’에 실린 물곰이 추락 후에도 과학자들은 생존 가능성을 예상할 정도다. 무중력과 방사선에 노출되는 우주라는 환경에서 적응하는 체내 변화에 주목한다.
목화는 척박한 환경에 처하면 특정 유전자를 과발현해 토양 내 물과 영양분을 흡수하는 뿌리 체계를 강화하는 특성이 있다. 이번 실험에서 뿌리의 발달 형태와 관련한 유전자를 알 수만 있다면 목화 생산량이 효율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기대된다. 연구진은 중력이 거의 없는 환경에서 뿌리 시스템과 수분 효율 및 탄소 격리 등과 관련한 유전자를 찾을 예정이다.
또한, 미세중력이 신장 결석과 신장세포의 구조 및 기능, 로봇 팔과 차량의 원격 작동을 위한 제어 체계, 동결건조, 구강 생물막 성장 및 치료 등에 미치는 영향과 관련한 실험을 수행한다. 그리고 6월 16일과 20일에는 기존보다 향상된 태양 전지판 6개를 국제우주정거장에 설치해 전력 증강을 보완할 예정이다.
[22번째 보급품 실은 펠콘9과 나사의 미션 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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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6-15 00:11:57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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