캡콤은 올해 TGS를 통해 비대칭 온라인 대전 호러 게임 '프로젝트 레지스탕스(이하 레지스탕스)'를 최초로 공개했다. 캡콤이 바이오하자드 RE:2(이하 RE:2)에 사용한 RE 엔진으로 개발 중이라는 신작 정보가 공개된 후, 많은 유저들이 바이오하자드7과 RE:2를 잇는 새로운 후속작의 등장에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바이오하자드 시리즈 중에서도 '망작'으로 손꼽히는 엄브렐라 코어의 사례를 언급하며 우려의 시선을 보내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 먼저 공개된 트레일러만 보면, 일견 RE:2에서 사용했던 소스들을 그대로 재활용한 게임처럼 보이기도 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레지스탕스 속 보스 몬스터 '타이런트'는 방탄코트와 중절모자를 쓴, RE:2에서의 모습 그대로다.
하지만 아직 출시되지도 않은 게임을 플레이해보지도 않고 섯부르게 판단할 수는 없으니, 마침 TGS에서 마련된 캡콤의 레지스탕스 시연 세션에 참여하여 실제로 어떤 게임인지 직접 경험해보기로 했다.
시연을 위해 부스에 들어서자, 실험장 컨셉으로 꾸며진 부스 내에 대기하던 관계자로부터 게임에 대한 간단한 소개를 먼저 들을 수 있었다.
레지스탕스는 기본적으로 네 명의 생존자와 한 명의 '마스터마인드'가 대결을 펼치는 비대칭형 멀티플레이 게임이다. 네 명의 생존자 캐릭터는 각기 다른 특성과 스킬을 가지고 있으므로, 서로의 부족한 점을 보완해가며 실험장으로부터 탈출해야만 한다. 반대쪽인 '마스터마인드'의 목적은 이들의 탈출을 막고, 모두를 전멸시키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현재 선택할 수 있는 생존자 캐릭터는 각각 팀의 공격력을 책임지는 '사무엘 조던', 마스터마인드의 카메라를 해킹할 수 있는 '제뉴어리 반 산트', 응급 처치 스프레이로 팀원 전부를 치료할 수 있는 '발레리 하몬', 팀의 사기를 북돋아 받는 대미지를 감소시키는 '타이론 헨리'까지 총 네 명이다.
시연에 앞서 '마스터마인드'와 '생존자' 측을 나누는 간단한 인원 배분이 있었고, 곧 시연 버전 체험을 위한 듀얼쇼크 컨트롤러를 손에 쥘 수 있었다. 생존자 측으로 시연에 참가하면 가장 먼저 짧은 튜토리얼을 플레이해야만 하는데, 여기서는 쓰러진 동료를 O 버튼으로 살리고, L1과 R1 버튼을 동시에 눌러 고유 스킬을 사용하는 등, RE:2에서는 볼 수 없었던 멀티 플레이를 위한 몇 가지 조작을 배우는 것이 가능했다. 튜토리얼을 가뿐하게 클리어하고 원하는 생존자 캐릭터를 선착순으로 고르고 나니, 본격적인 마스터마인드와의 대결이 시작됐다.
TGS 시연 버전은 총 3개의 구역으로 이루어져 있었고, 제한 시간으로는 8분의 시간이 주어졌다. 생존자 측은 8분 이내에 각각의 구역의 목표를 달성한 뒤 탈출해야 하는데, 이 제한시간이 생존자 측에게 있어 참 골치 아픈 요소로 작용했다.
제한시간은 좀비를 쓰러뜨리거나 미션 목표에 관계된 행동을 하면 계속 추가되지만, 좀비로부터 공격받거나 맵 곳곳에 설치된 함정을 밟으면 더 빠르게 줄어들었다. 생존자가 모두 살아남은 상태라 하더라도 제한시간이 모두 경과하면 그대로 마스터마인드 쪽의 승리가 되기 때문에, 제한시간 내에 탈출하기 위해서는 매번 필요한 역할을 배분하고 '1인분'을 다하기 위해 계속해서 소통해야만 했다. 아쉽게도 함께 시연에 참여한 중국인 유저들과는 언어장벽에 가로막혀 별다른 소통을 하지 못했지만 말이다.
하나의 구역을 통과할 때마다 매번 흩어져있는 조각을 모으고, 다가오는 좀비에 맞서며 계속해서 앞으로 나아가야만 하는데, 이 과정에서 만나게 되는 방해 요소의 종류가 정말 다양하다. 가장 기본적인 모습의 좀비는 물론, 방탄복과 헬멧으로 얼굴 외의 모든 부분을 가린 경찰 좀비, 빠르게 뛰어드는 좀비견과 릭커, 어디선가 날아오는 총탄부터 움직임을 제한하는 함정까지. 나중엔 최악의 적인 '타이런트'까지 나타나 무차별적으로 생존자들을 폭행하기도 했다.
방해 요소 하나하나가 허투루 놓이는 일 없이 생존자들의 탈출을 막아내겠다는 지독한 의지가 담겨 있는 것을 느낄 수 있었는데, 이는 '마스터마인드'를 플레이하는 유저가 직접 중요한 장소마다 장애물을 설치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장애물의 종류도 많다 보니, 각각의 장애물에 대처하는 법을 모르는 생존자 팀은 하염없이 제한 시간을 소모할 수밖에 었는 상황이었다.
쓰러진 후 동료들의 도움을 받지 못해 죽게 되면 체크포인트에서 부활하게 되는데, 이때는 한번에 40초의 제한시간이 깎이는 큰 페널티를 받게 된다. 제한시간을 절약하기 위해서는 꼭 쓰러진 동료를 일으켜 세워 추가 포인트를 얻는 협력 플레이가 필요하다. 하지만 마스터마인드의 공세는 끊일 기세를 보이지 않았고, 생존자들의 죽음과 부활이 두어 번 정도 반복되자 곧 제한시간이 모두 경과되어 화면이 검게 어두워졌다. 마스터마인드 측의 승리였다.
생존자측 시연 후, 이번엔 마스터마인드 쪽을 플레이해보고 싶어졌다. 생존자 팀의 플레이가 전작인 RE:2 기반 액션 어드벤처 게임에 멀티플레이 기능을 추가한 것이라고 한다면, 마스터마인드 측의 플레이는 마치 경영 시뮬레이션 게임을 하는 것 같은, 아주 색다른 경험이 될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었다. 남은 시연 시간은 약 7분, 간단한 맛이라도 보고자 마지막 시연을 부탁했고, 곧 감시카메라로 유저들을 지켜보며 음흉한 미소를 짓는 악역인 마스터마인드가 되어볼 수 있었다.
7분이라는 시간 동안 짧게나마 접해본 마스터마인드 플레이는 생각보다 단순하고 신선했으며, 무엇보다 색다른 재미가 있었다. 감시 카메라로 생존자들이 지나갈 길을 모두 관찰할 수 있는 마스터마인드는 매초 차오르는 기술 포인트를 모아 크리쳐나 함정을 원하는 위치에 설치할 수 있었다.
만약 마냥 지켜보는 것이 지루하다고 느껴진다면, 맵에 미리 설치해둔 좀비 안에 빙의하거나, 감시 카메라에 설치된 기관총으로 생존자를 저격하고, 나중엔 타이런트가 되어 직접 생존자를 공격하는 것도 가능했다. 만약 '히어로즈 오브 더 스톰'을 플레이해본 유저라면, 지뢰를 설치하고 흉물을 부리는 지원가 영웅 '아바투르'의 이미지를 떠올리면 마스터마인드 측의 플레이를 이해하기 쉬울 것이다.
30분 가량의 체험은 빠르게 마무리됐지만, 추후 더 다듬어진 버전으로 공개될 레지스탕스라는 작품에 기대감을 품기에는 충분한 시간이었다. 시연 버전임에도 UI를 포함한 모든 부분에 한국어가 제대로 반영된 것도 확인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캡콤은 TGS 현장에서 소개한 발표를 통해 '레지스탕스'가 아직 개발 단계의 게임이며, 추후 더 발전된 모습으로 완성될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생존자 측에서 경험한 레지스탕스는 다소 전형적인 액션 어드벤처의 느낌이었지만, 타이런트까지 직접 조작해볼 수 있었던 마스터마인드 측의 플레이는 별도의 게임으로 만들어도 될 정도로 신선한 재미가 있는 경험이었다. 이러한 두 플레이의 간격을 줄이고, 모두에게 매력적인 게임으로 완성되는 것이 '레지스탕스'가 앞으로 바라봐야하는 목표가 아닐까 생각해본다.
※ 현지시각 9월 12일부터 15일까지 일본 도쿄에서 '도쿄게임쇼2019' 행사가 진행됩니다. 현장에 나가 있는 기자들이 다양한 소식과 정보를 생생한 기사로 전해드립니다. ▶ 인벤 TGS 2019 뉴스센터: https://goo.gl/gkLqSp
http://www.inven.co.kr/webzine/news/?news=226986
2019-09-14 02:17:36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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