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은 어느새 정보통신 중심의 사회가 되었고 그 근간에는 소프트웨어가 있다. 정보통신 기술이나 소프트웨어도 세부적으로 분류하자면 수많은 종류가 나오겠지만 큰 범주에서 보자면 컴퓨터라는 한마디로 압축될 수 있다.
얼마 전, 요즘 인기 있는 모 전기 자동차를 비록 창밖에서지만 잠시 그 안을 들여다볼 기회가 있었다. 전통적인 내연기관이 없이 전기로 가는 차. 비록 작동하는 상황을 보지는 못했지만, 기존 자동차와는 그 내부가 많이 달라보였다. 자동차에 컴퓨터가 실린 것이 아니라, 컴퓨터에 바퀴가 달렸다는 느낌을 받을 정도였다.
항공 분야도 마찬가지다. 여객기나 군용기 등 그 사용처는 다양하더라도 항공기 안에 장착되는 전자장치나 관련 소프트웨어가 전체 가격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3을 넘어선지 오래다. 이 비중은 무인 조종 항공기로 가면 더욱 커진다. 날개 달린 컴퓨터의 시대랄까.
하지만 우리는 여기서 속단을 피해야 한다. 소프트웨어 기술이 중요한 것은 맞지만 그렇다고 해서 소위 프로그래머만 양산해서는 곤란하다. 이러한 생각으로 소프트웨어 전문가들과 대화를 한 후 단어 하나를 배웠다. 아키텍트 소프트웨어도 하나의 체계이며 그 체계를 설계하고 이끌고 종합하는 사람을 아키텍트라 부른다. 항공 산업을 말할 때 흔히 체계종합산업이라 부르는 것과 비슷한 맥락으로 이해된다.
체계종합과 아키텍트. 비슷한 듯 다른 또는 다른 듯 비슷한 두 분야. 항공공학을 공부하던 학창 시절, 소프트웨어 전공 친구들과 서로 놀리듯 놀던 대화가 생각난다. 항공 엔지니어에게 소프트웨어를 가르치는 것이 빠를까, 아니면 소프트웨어 전공자에게 항공을 가르치는 것이 빠를까? 당시에는 서로 자기 팔이 안으로 굽는 해석을 했지만 지금 와서 생각하면 참 무의미한 문답이다. 답은 바로 전문성을 바탕으로 한 협업 또는 융합이다.
항공 엔지니어의 숙제는 어떻게 하면 공기보다 훨씬 무거운 항공기를 가급적 적은 에너지로 날릴까에 관한 답을 찾는 것이고,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는 신뢰성 높은 프로그램을 만들어서 비행기를 제어하고 나아가 안전성 향상이나 항공기 체계 서비스의 부가가치를 높이는 방향을 고민한다. 서로의 숙제와 고민이 완전히 따로 논다면 비효율적인 체계가 나오는 것이고, 공통 주제를 놓고 서로 다른 각도에서 바라보지만 결국은 하나의 목표를 향하는 여정이라면 대단히 뛰어난 작품이 나오게 된다.
프로그래밍이 탑재되지 않은 컴퓨터는 큰 잠재력을 가진 기계에 머무를 수밖에 없고, 그 잠재력은 정확한 목적의 소프트웨어가 실행되어야 구체적으로 실현된다. 자연 언어인 사람 말을 컴퓨터가 바로 알아듣기는 어려우니 사람이 구현하고자 하는 목적물을 컴퓨터가 알아들을 수 있는 프로그램 언어로 해석하여 만들어주는 사람들이 아키텍트고 프로그래머다.
우리나라에도 외국어로써 생활 영어를 잘하는 사람들은 많지만, 전문 분야에서 자기의 일을 영어로 자유롭게 대화할 수 있는 사람은 생활 영어 구사자만큼 많지는 않다. 소프트웨어 전문가들로부터 배운 단어인 아키텍트를 내 전공과 이해를 바탕으로 재해석하자면, 프로그래머가 영어 강사 또는 통역가라면, 아키텍트는 항공공학을 잘 아는 실무자다. 영어 강사나 통역가의 역할도 매우 중요하지만, 특정 산업의 가치를 더 많이 창출할 수 있는 사람은 실무 경험과 지식을 바탕으로 영어를 구사할 줄 아는 전문가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생태계에 비유해서 표현하면, 영어 구사력이 좋은 특정 산업 전문가를 키워내는 사람은 영어 강사이니 가치의 사슬은 이렇게 연결될 수 있다.
필자도 과거 항공 분야 실무에서 프로그래머 또는 아키텍트의 결정적 도움을 받은 사례가 두 번이나 있다.
여러 종류의 해석 프로그램을 돌리면서, 어떻게 하면 이런 이종 프로그램을 한꺼번에 자동으로 돌릴 수 있을까 고민하던 차, ‘지나가던’ 항공전자 소프트웨어 엔지니어가 간단한 명령어 하나를 알려줌으로써 상당량의 업무 시간을 줄일 수 있었다.
또 다른 사례로, 컴퓨터 화면에 뜬 수백 개의 점을 일일이 분간하여 하나의 최적화된 곡선을 만드느라 끙끙대던 때, ‘지나가던’ 전문 프로그래머가 본인의 시간을 할애하여 꽤 성능 좋은 자동화 프로그램을 만들어줌으로써 역시나 상당 시간의 업무 부하를 줄일 수 있었다.
나는 지금의 고민이 무엇인지를 나름 정확하게 표현했고, ‘지나가던’ 전문가는 내 고민을 잘 이해하여 그 답을 뚝딱 찾아내준 분업과 융합의 모범 사례이다.
지난 사례를 돌이켜보니, 국가적인 프로그래머 육성 정책도 좋지만, 논리학이나 수사학 과목을 강화하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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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4-16 00:04:48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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