펜로즈 삼각형(위)과 펜로즈 타일.
양자암호통신과 양자컴퓨터가 등장하는 세상이 됐음에도, 양자물리학을 선뜻 이해하기 힘들게 하는 문제의 핵심에 양자 측정이 있다. 중첩 현상은 파동에서도 볼 수 있지만, 여러 가능성이 중첩돼 있다가 측정에 의해 그중 하나만 확률적으로 선택 결정되는 것은 양자물리학 측정과 관련된 미스터리로 여겨진다. 뉴턴 등에 의해 성립된 고전물리학이 결정론적인 인과관계를 드러내 보인 데 비해 양자물리학은 측정에 따른 확률론적인 입장을 보인다. 결정론에 문제가 생기자 철학과 신학에도 자유의지의 존재 등에 대해 새로이 검토할 여지가 생겼다.
1980년대 이후 이와 관련한 실험이 거듭돼, 양자 측정의 결과로 상관관계가 즉시 성립된다는 것이 확인되면서 양자물리학적 예측이 옳다는 것이 입증됐다. 그런 한편 양자 측정 결과는 확률에 의해 임의로 결정되므로, 이 상관관계를 이용해 한쪽에서 다른 쪽으로 ‘의도하는’ 정보를 전달할 수 없기 때문에 양자물리학이 특수상대성 원리와 모순되지 않는다는 것도 충분히 이해되고 있다.
펜로즈는 양자 측정이 이뤄질 때 여러 중첩된 가능성 중 하나로 정해지도록 하는 것을 중력의 작용이라고 해 양자 측정의 미스터리를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다른 학자들이 중력을 양자화하려는 것과는 대조적으로, 양자물리학을 중력화하겠다는 혁신적인 주장을 한 것이다.
5각형 모양으로는 평면을 빈틈없이 메워 나갈 수 없다는 상식을 깬 펜로즈 타일을 1974년 소개했다. 이는 2011년 노벨화학상 주제인 ‘준결정’과 관련이 있다. 심리학자인 그의 아버지와 함께 소개한 펜로즈 삼각형(일명 불가능한 삼각형)은 다양한 착시 디자인에 여러 가지 변형으로 등장한다.
펜로즈가 출간한 책과 논문에 실린 상당수의 그림은 펜로즈 본인이 직접 그렸으며, 필자가 참관했던 한 세미나에서도 펜로즈는 컴퓨터 파일이 아닌 투명 셀로판지에 직접 쓰고 그린 것으로 강연했다. 1989년 출간한 《황제의 새마음》에서 펜로즈는 인간의 마음과 컴퓨터에 관한 논의를 하면서 여러 계산을 한꺼번에 진행할 수 있다는 양자병렬성과 함께 양자컴퓨터의 가능성에 주목하고 이를 소개했다.
펜로즈의 넓고 깊은 호기심과 이를 헤쳐나가는 끈기에 경탄하며, 그분의 노벨물리학상 수상을 축하드린다.
김재완 < 고등과학원 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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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0-07 08:11:40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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