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가능 그것은 아무것도 아니다.”
불굴의 스포츠 정신을 상징하는 이 말은 전설적인 복서로 스포츠 역사상 가장 위대한(The Greatest) 인물로 평가받는 무하마드 알리가 남긴 말이다. 지난 6월 3일은 가장 위대한 챔피언이었던 알리가 하늘의 별이 된 지 만 5년이 되던 날이었다.
복싱을 예술로 승화한 무하마드 알리
알리는 복싱의 황금시대에 4각의 링 안에서 소니 리스턴, 조지 포먼, 조 프레이저 등 레전드급 복서들을 차례로 누르고 3차례나 세계 헤비급 챔피언에 올라 통상 19차례 타이틀 방어에 성공했다. 신장 190cm의 거구임에도 불구하고 “나비처럼 날아서 벌처럼 쏜다.”라는 그의 말처럼 화려한 몸놀림과 빠른 발이 일품이었으며 3초에 11연타를 쏟아붓는 펀치 등 숱한 명장면을 만들어내며 복싱을 예술로 승화시켰다.
알리가 위대하다고 평가받는 진정한 이유는 링 안에서만큼, 링 바깥에서도 불합리한 세상과 처절하게 싸운 진정한 파이터였기 때문이다. 로마올림픽에 미국 국가대표로 참가해 금메달을 따왔음에도 흑인이라는 이유로 고향 식당에서 쫓겨난 그는 미련 없이 자신의 금메달을 오하이오 강에 던져버렸다. 이후 그는 인종차별의 편견에 맞서 싸웠으며 베트남전 참전을 거부하며 반전운동의 불씨를 지폈다.
베트남전 징병 거부로 선수자격과 세계 타이틀을 박탈당한 알리는 복싱선수로서는 최전성기인 20대 후반에 무려 3년 동안 링 대신 법정에 서야 했지만, 그는 결코 자신의 신념을 굽히지 않았다. 링에 복귀한 알리는 복서로서는 노회한 32살의 나이에 당시 90%가 넘는 KO율을 자랑하던 24살의 무자비한 챔피언 조지 포먼에게 맞서기 위해 로프에 기대 강펀치를 받아내는 기상천외한 전략을 들고나왔다.
포먼은 무수히 많은 펀치를 알리에게 적중시켰지만 때리다 지쳤고, 알리는 반격에 나서 체력이 바닥난 포먼을 8라운드에 쓰러뜨리는 복싱 역사상 최고의 명승부를 펼쳤다. 그가 남긴 수많은 명언 중 하나인 “위험을 감수하지 못할 정도로 용감하지 않은 사람은 인생에서 아무것도 할 수 없다.”라는 말을 몸소 실천한 셈이다.
몸의 회전력을 이용하는 타격의 과학
복싱은 아마도 가장 격렬한 스포츠가 아닐까 싶다. 비슷한 몸무게를 가진 두 선수가 글러브를 양손에 끼고서 가로세로 20피트(6.1m)인 정사각형 링 안에 마주 선다. 그리고 상대방이 쓰러트리기 위해, 혹은 자신이 쓰러지기 전까지 주먹을 날리고 또 날린다.
기원전 688년 열린 제23회 고대 올림픽대회 때부터 정식종목이 된 복싱은 원래는 지금보다 더 처절한 스포츠였다. 푹신한 글러브 대신 가죽을 손에 감고 어느 한쪽이 쓰러져 못 일어나거나 항복할 때까지 쉬지 않고 치고받았기 때문에 경기 중 심각한 부상을 당하거나 목숨을 잃는 경우도 많았다. 선수 안전을 위해 현재처럼 두꺼운 글러브를 손에 끼고, 각 라운드를 3분으로 하고 중간에 휴식을 1분으로 하며, 다운됐을 때 10초 안에 일어나지 못하면 패하는 퀸스베리 규칙이 제정된 것은 1892년의 일이다.
복싱에서 승리하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타격이다. 복싱선수가 전광석화와 같은 펀치를 적중시켜서 상대방을 쓰러뜨리는 모습은 복싱 팬들은 물론 일반인들도 열광시킨다.
복싱에서 타격은 단순히 팔로 때리는 것이 아니라 온몸 전체를 조화롭게 움직여 순간적으로 힘을 모아 상대방에게 충격을 가한다. 타격 자체는 일순간에 끝나지만, 몸의 움직임은 발의 킥으로부터 시작하여 허리의 회전과 어깨의 회전, 그리고 속도감 있게 움직이는 주먹 순으로 힘이 전달된다.
복싱 경기에서 가장 빈번하게 사용하는 타격기술은 스트레이트(Straight, 뻗어치기)다. 스트레이트는 주먹을 일직선으로 뻗어 타격하는 공격기술로, 짧은 공격시간 동안 정확한 가격이 쉽다는 특성을 가진다. 최고의 스피드로 타격하는 것이 중요하며, 타격하고 나서는 빈틈을 보이지 않기 위해 신속하게 원위치로 돌아가야 한다.
오른손잡이를 기준으로 앞손을 내뻗는 레프트 스트레이트(왼손 뻗어치기)는 상대방에 가장 가까운 타격 거리에서 안면이나 복부를 가격하는 방법으로 흔히 잽(Jab)이라 불린다. 왼주먹은 상대방과 가장 가까운 거리에 있어 가장 빠르게 상대방에 도달시키고 정확한 타격이 가능하므로 경기에서 가장 많이 사용한다.
레프트 스트레이트의 주목적은 상대편의 공격을 저지하며 거리를 유지하기 위해서다. 또 가랑비에 옷이 젖듯 계속적 가격으로 상대방에게 충격을 누적시킬 수 있다. 공수 양면에 걸쳐 사용할 수 있는 만능 펀치로 적중시키다 보면 상대방 자세에 혼란이 발생하고 빈틈이 만들어져 결정타를 먹일 수 있다. 이와 같은 레프트 스트레이트의 중요성을 간파한 알리는 “레프트가 세계를 제패한다.”라는 말을 남기기도 했다.
라이트 스트레이트(오른손 뻗어치기)는 왼발과 왼쪽 어깨를 잇는 라인을 축으로 하여 상반신을 반회전시키면서 발생하는 원심력을 이용해 오른쪽 상반신이 앞으로 나아가면서 오른주먹을 곧게 뻗는 타격 방법이다. 몸의 무게중심이 왼발에서 옮겨짐과 동시에 자연히 오른팔로 옮겨져 몸무게가 실린 폭발적인 펀치가 가능하다. 연구에 따르면 라이트 스트레이트에 실리는 힘은 다리 39%, 몸통 37%이며 팔근육은 24%에 불과하다.
라이트 스트레이트는 신속, 정확하고 강력한 공격기술로 상대방을 쓰러트리고 손상을 입히는 카운터 펀치로 제격인 기술이다. 하지만 타격의 시발점인 오른 주먹이 상대방으로부터 먼 거리에 있어 라이트를 뻗는 동작 전후에 턱이나 옆구리에 빈틈이 발생한다는 단점이 존재한다.
훅(Hook, 휘둘러치기)은 팔을 직각으로 구부린 후 옆으로 휘둘러 치는 타격기술이다. 접근전에서 가장 유효성이 높은 공격기술로, 전진해오는 상대방의 턱이나 관자놀이, 복부의 명치 및 옆구리에 명중시킬 수 있는 가격기술이다. 거리와 각도가 매우 중요한데 펀치를 치는 순간의 어깨와 팔꿈치의 각도가 90도를 넘기지 말아야 강력한 훅이 가능하다.
우리나라 복싱 국가대표 선수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연구에 따르면 훅의 펀치력은 46.64G로, 스트레이트 38.55G보다 훨씬 강력한 것으로 나타났다. G는 중력가속도로 1m 높이에서 1kg의 물체를 떨어트릴 때 힘에 해당한다.
어퍼컷(Upper cut, 올려치기)은 주먹을 밑에서 위로 쳐올리는 타격기술이다. 접근 거리에서 상대방이 상반신을 앞으로 굽히거나 고개를 숙였을 때 상대방의 몸통이나 턱을 가격해 큰 충격을 줄 수 있으며, 팔 길이가 긴 선수는 견제 거리에서 사용하기도 한다.
충격량을 최소화하는 방어기술들
복싱 경기에서는 상대방의 타격으로부터 충격을 최대한 덜 받기 위해 다양한 방어기술을 구사한다.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서 우선 상대방의 펀치를 직접 막거나 쳐낼 수 있다. 블로킹(Blocking, 쳐내기)은 상대방이 가하는 펀치가 자기 급소를 맞기 직전에 자신의 손이나 팔꿈치, 어깨 등으로 받아서 막는 방어법이고, 패링(Parring, 되받아 쳐내기)은 상대방 펀치를 되받아쳐서 빗나가게 하는 방어법이다.
몸을 재빠르게 움직여 상대방의 타격을 피할 수도 있다. 더킹(Ducking)은 상대방이 스트레이트와 같은 직선 공격을 가할 때 상체를 아래로 낮게 웅크리면서 펀치를 피하는 방법이다. 슬리핑(Slipping)은 머리를 좌우로 살짝 흔들어 상대방의 펀치를 머리 위나 어깨 너머로 빗나가게 하는 방법이고, 위빙(Weaving)은 상반신을 좌우로 움직여 상대방의 펀치를 피하는 방어기술이다.
상대방 펀치를 맞더라도 충격을 최소화하는 방어기술도 있다. 롤링(Rolling)은 상대방의 펀치가 진행하는 방향에 따라 상반신이나 어깨를 회전시키면서 펀치의 위력을 감소시키는 방어법이다. 이 외에도 복싱에는 사이드 스텝, 스토핑, 커버링 등 다양한 방어기술이 있다. 상대방에게 몸을 대고 팔을 얽히게 하는 클린칭(Clinching)도 펀치 교환이 불가능해 방어술로 활용된다.
복싱 경기에서는 보통 1분에 20회에서 30회 정도 펀치를 주고받는다. 출중한 방어기술을 터득했다고 하더라도 상대방의 모든 펀치를 피하기는 불가능하다. 경기에 승리하기 위해서는 상대방에게 정확하게 공격당하더라도 쓰러지지 않고 버티는 소위 ‘맷집’이 중요하다.
복싱선수가 펀치를 날렸을 때 가해지는 힘(F)은 뉴턴의 제 2법칙인 ‘F=ma’에 따라 질량(m)과 가속도(a)에 비례하게 된다. 펀치의 힘은 체중과 가속하는 스피드에 비례한다고 할 수 있는데, 복싱이 체중에 따라 체급을 나눠 경기하는 이유는 체중이 무거우면 더 강력한 펀치를 낼 수 있어 압도적으로 유리하기 때문이다.
펀치에 가격당했을 때 인체에 느껴지는 충격량은 처음 상태에서 나중 상태에서의 운동량의 변화로 측정할 수 있다. 충격량은 가해지는 힘과 충돌하는 시간을 곱한 값으로도 구할 수 있는데, 동일한 충격량의 경우 시간이 길어지면 가해지는 힘이 줄어들어 충격을 줄일 수 있다. 따라서 심각한 피해를 방지하려면 롤링과 같은 동작을 통해 충격 때 접촉하는 시간을 늘려서 힘을 분산시키는 방법이 효율적이다.
복싱 경기에서 KO로 쓰러지는 이유는 뇌가 충격을 받아서이다. 뇌는 연약한 조직이지만 우리 몸 전체를 관장한 중요한 생체기관이기 때문에 이중, 삼중의 보호막을 두고 있다. 우선 단단한 두개골로 쌓여있고, 두개골 속에서는 경막, 지주막(거미막), 연막이라는 3겹의 막으로 보호하며, 뇌막 사이는 뇌척수액으로 차 있어 뇌에 가해지는 충격을 흡수하는 역할을 한다.
하지만 복싱 경기에서 머리 부분이 가격당할 때 펀치를 맞는 순간 머리가 엄청난 가속도로 뒤로 젖혀지게 되면서 뇌가 두개골 안쪽과 부딪히게 된다. 두개골은 외부 힘으로 가속되어 뒤로 젖혀지지만 뇌는 관성의 법칙에 따라 제자리에 있으려고 하므로 뇌 일부분이 두개골과 부딪히면서 충격이 뇌에 전달되는데, 순간적으로 정신을 잃고 기절할 수 있으며 심각할 경우 뇌에 심각한 손상이 발생할 수도 있다.
펀치가 턱에 맞으면 뇌가 가장 크게 흔들릴 수 있어서 KO 당하기 일쑤다. 그런데 전설적인 복싱선수 중에는 턱에 여러 번 정타를 맞아도 절대로 쓰러지지 않는 강철턱을 가진 파이터들이 존재한다. 이처럼 강력한 맷집의 비밀은 목근육이 단단하게 턱을 몸쪽으로 당기고 있어 턱에 펀치가 맞더라도 뇌의 흔들림이 최소화돼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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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6-08 00:18:57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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