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mis, 19 Desember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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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가 블랙홀의 실제 모습을 직접 관측하는 데 처음으로 성공한 것이 세계적인 과학저널 `사이언스`가 선정한 올해 최고의 연구 성과로 꼽혔다. 지난 4월 미국과 일본, 유럽, 한국 등 200여 명의 과학자들로 구성된 `사건의 지평선 망원경(EHT)` 국제 공동 연구진은 세계 6개 대륙에 있는 8개의 전파망원경을 하나의 거대한 망원경으로 활용해 지구로부터 5500만광년 떨어진 거대 은하 `M87` 중심에 위치한 블랙홀의 모습을 직접 촬영하는 데 성공했다. 빛조차 빠져나올 수 없어 눈으로는 볼 수 없는 블랙홀을 사진에 담아낸 것이다.

사이언스는 19일(현지 시간) 올 한해 과학계를 뒤흔든 최고의 연구 성과 10선을 선정한 `2019년 올해의 브레이크스루`를 발표했다.

이 가운데 사이언스 독자들을 대상으로 한 온라인 투표에서 가장 많은 표를 얻은 연구 성과는 3만년 전 멸종한 현생 인류의 사촌 데니소바인(人)의 얼굴을 처음으로 복원한 리란 카멜 이스라엘 헤브루대 연구진의 성과로 사이언스는 이 성과를 3위로 꼽았다. 데니소바인의 경우 그동안 두개골 없이 치아와 턱뼈, 손가락뼈 일부만 발굴돼 생전 모습을 알지 못했는데, 연구진은 뼈에서 추출한 DNA 유전정보만으로 피부색과 나이, 성별 등을 파악해 데니소바인의 얼굴을 복원해냈다.

사이언스는 6600만년 전 지구 생물종의 76%를 멸종시킨 소행성 충돌의 직접적인 증거를 찾은 미국 텍사스대 등 국제 공동 연구진의 연구 성과를 두 번째 올해의 성과로 꼽았다. 연구진은 소행성이 당시 충돌한 지점인 멕시코 유카탄반도의 직경 193㎞ 칙술루브 충돌구에서 시추 작업을 벌인 끝에 소행성 충돌 당일 축적물을 포함한 835m 길이의 지층 코어를 추출하는 데 성공했다. 연구진은 충돌 지층에 황이 전혀 없다는 점 등을 감안해 충돌 직후 3250억t의 황이 한꺼번에 대기로 방출되면서 생물들을 죽음에 이르게 했을 것으로 추정했다. 이는 지구가 소행성과 충돌한 이후 어떻게 대멸종이 일어났고 그 뒤에 어떻게 자연 생태계가 빠르게 회복됐는지 이해하는 데 중요한 단서가 됐다.

에볼라 바이러스 감염자를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에서 생존률 90%를 달성한 두 가지 에볼라 치료제 `REGN-EB3`과 `mAb114`는 올해의 성과 4위로 올랐다. 지난 8월 미국 국립보건원(NIH) 국립알러지감염병연구소(NIAID)는 혈액 내 바이러스 수치가 낮은 환자들에게 두 약을 투여한 결과 생존율이 각각 94%과 89%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에볼라는 1976년 등장한 이후 지난 40여 년간 수십만 명의 목숨을 앗아갔다. 현재 두 치료제는 콩고민주공화국에서 에볼라 환자들을 치료하기 위해 사용되고 있다.

양자컴퓨터가 기존 슈퍼컴퓨터의 연산 능력을 능가하는 이른바 `양자 우월성`을 최초로 달성한 구글의 양자컴퓨터 칩 `시커모어`는 올해의 성과 5위를 차지했다. 지난 10월 구글은 시커모어를 적용한 양자컴퓨터를 활용하면 슈퍼컴퓨터로 1만년이 걸리는 연산(난수 증명 문제)을 200초 만에 풀 수 있다고 밝혔다. 현존하는 세계 최고 성능의 슈퍼컴퓨터인 IBM의 `서밋`을 뛰어넘는 양자컴퓨터를 개발했다는 주장이었다. 그러나 IBM 측은 구글의 주장에 의문을 제기하며 "제대로 된 알고리즘을 사용한다면 슈퍼컴퓨터가 해당 문제를 2일 내 풀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반박했다.

실제 균주 실험을 통해 새로운 진핵생물의 진화 시나리오를 제시한 일본 연구진의 연구 성과는 올해의 성과 6위로 선정됐다. 이들은 12년에 걸친 연구 끝에 2533m 깊이의 심해저에서 채취한 토양 시료에서 얻은 아스가드 고세균을 실험실에서 배양하는 데 성공했다. 이를 토대로 진핵생물의 진화를 설명한 연구 결과는 지난 8월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실렸다. 고세균은 유전체(게놈)가 같은 원핵생물인 박테리아보다 사람과 동물 등이 포함된 진핵생물과 더 가까워 진핵생물의 기원과 깊은 연관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7위는 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탐사선 `뉴호라이즌스`가 태양계 최외곽인 카이퍼 벨트에서 관측한 눈사람 모양의 소행성 `울티마 툴레(2014 MU69)`의 상세 분석 결과가 차지했다. NASA와 미국 사우스웨스트연구소(SwRI) 등 공동 연구진은 지난 5월 울티마 툴레의 형태와 형성 과정을 구체적으로 설명한 연구 결과를 사이언스에 발표했다. 울티마 툴레는 두 소행성이 병합 과정을 거쳐 길이 30여㎞의 눈사람 모양의 천체가 된 것으로 추정됐다. 인류가 카이퍼 벨트의 천체를 직접 관측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 10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12세 이상 낭포성 섬유증 치료제로 승인을 받은 버텍스 파마슈티컬스의 3중 복합제 `트리카프타`는 8위로 꼽혔다. 트리카프타는 낭포성 섬유증을 유발하는 결손 단백질을 표적으로 하는 엘렉사카프토와 아이바카프토, 테자카프토 등 3개의 약물을 합친 복합제다. 낭포성 섬유증은 염소 수송을 담당하는 `CFTR` 유전자 변이에 따른 단백질 결함으로 인해 폐와 소화기관 등 기관의 기능을 떨어뜨리고 염증을 유발하는 선천성 질병이다. 기침과 만성기관지염, 복부 팽만, 무호흡, 지방변 등을 동반한다.

올해의 성과 9위에는 아동의 영양실조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보충제에 대한 임상시험이 선정됐다. 일반적으로 한번 영양실조에 걸린 아동은 나중에 영양을 잘 보충하더라도 증상이 호전되지 않는다. 과학자들은 그 원인을 장내미생물에서 찾았다. 영양실조에 걸린 아동의 장내미생물이 하나같이 미성숙 상태임을 발견한 것이다. 현재 임상시험 진행 중인 보충제는 장내미생물의 성장을 돕는 것으로 앞서 진행된 작은 규모의 임상시험에서는 영양실조 증상이 개선되는 효과가 나타났다.

마지막으로 여럿이 하는 포커게임에서 인간을 꺾은 인공지능(AI)도 올해의 성과에 이름을 올렸다.

미국의 페이스북 AI리서치와 카네기멜런대 등 공동 연구진은 6인용 노리밋(무제한) 텍사스 홀덤 포커 게임에서 인간 프로 도박사를 능가하는 AI `플루리버스`를 개발했다고 지난 7월 사이언스에 발표했다. 포커 게임은 바닥에 펼쳐놓은 카드뿐만 아니라 플레이어들이 각자만 볼 수 있는 카드를 쥐고 겨루는 만큼 고도의 심리전이 필요해 AI에겐 바둑보다도 난이도가 높은 난제로 꼽혔다. 이 때문에 이전까지 포커 AI는 모두 2인용 게임에만 적용 가능했다.

한편 네이처는 지난 17일 올해 아마존 열대우림 파괴 면적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0% 이상 늘었다고 발표한 브라질 국립우주연구소(INPE)의 히카르두 가우방 전(前) 소장과 우주에서 날아오는 미스터리한 라디오파(FRB)를 추적할 전파망원경을 본격 가동시킨 빅토리아 카스피 캐나다 맥길대 교수, 세계 최초로 에이즈 환자 치료에 유전자 교정 기술인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를 적용한 홍퀴 덩 중국 베이징대 교수, 스웨덴의 10대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 등 10명을 올해의 10대 과학 인물로 선정했다.

[송경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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