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보다 4배 더 먼 곳에 보낸 ‘우주 척후병’
지구에서 150만km 떨어진 궤도에 안착
지상 천체망원경에 희미한 점으로 잡혀
사진 중앙의 작은 화살표가 가리키는 흰색 점이 제임스웹 우주망원경이다. 가상망원경 프로젝트 제공
“태초의 신호를 탐지하기 위해 달보다 4배 먼 우주 공간으로 보낸 인류 최고의 우주 척후병.”
위 사진의 화살표가 가리키는 흰색 작은 점의 실체를 한마디로 표현하면 이렇게 요약할 수 있다. 이탈리아의 지상 천체망원경이 지구에서 150만km 떨어진 관측 지점에 도달한 제임스웹 우주망원경의 희미한 모습을 포착했다.
제임스웹은 허블우주망원경의 뒤를 잇는 차세대 우주망원경으로, 적외선을 이용해 빅뱅 이후 탄생한 최초의 별들을 관측하는 걸 목표로 삼고 있다.
이 사진은 인터넷을 통해 원격으로 제어할 수 있는 이탈리아의 온라인 관측 프로그램인 ‘가상 망원경 프로젝트’(Virtual Telescope Project)를 통해 찍은 것이다. 로마 인근에 설치된 이 온라인 관측소는 지름 17인치(43cm)와 14인치(35cm) 망원경 2대로 구성돼 있는데, 이 사진은 17인치 망원경 ‘엘레나’로 찍은 것이다. 노출 시간은 300초.
이탈리아 온라인 관측 프로그램 ‘가상망원경 프로젝트’의 망원경. 가상망원경프로젝트.
제임스웹은 지구를 출발한 지 한 달만인 25일 새벽 4시(한국시각) 지구에서 150만km 떨어진 라그랑주점에 도착했다. 사진을 촬영할 당시 제임스웹의 위치는 지구에서 140만km 떨어진 곳에 있었다.
라그랑주점은 태양과 지구의 중력이 균형을 이루고 있어, 우주선이 최소한의 연료로도 안정적인 궤도를 유지할 수 있는 곳이다. 태양과 지구 사이에는 라그랑주점이 5곳이 있는데, 제임스웹이 도착한 곳은 제2 라그랑주점(L2)이다. 이곳은 태양을 기준으로 볼 때 지구 뒤쪽에 있다.
제임스웹은 라그랑주점을 원을 그리며 돌면서 3주에 한 번꼴로 내부에 탑재된 추진기를 작동시켜 궤도를 안정화하는 작업을 병행한다.
제임스웹 우주망원경이 관측 궤도에 도착할 때가지의 우주비행 궤적(노란색 선). 미국항공우주국 제공
제임스웹은 앞으로도 5개월 동안 거울 초점 조정, 기기 점검, 시험 관측 등의 준비 작업을 더 마쳐야 한다. 따라서 모든 작업이 순조롭게 진행되더라도 6월 말이나 7월부터 정식 관측에 나설 수 있다. 특히 지금부터 3개월간은 18개의 주거울 조각들을 미세조정해 18개가 완벽하게 같은 지점을 향하도록 하는 일에 집중한다.
나사는 제임스웹의 설계 수명은 5~10년이지만 발사 후 궤도 조정이 예상보다 순조롭게 진행되면서 연료 여유분이 생겼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적어도 10년, 최대 20년까지 망원경이 작동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본다. 만약의 경우를 대비해 추가로 실은 142kg의 추진제 가운데 32%만 사용한 상태다.
나사와 유럽우주국, 캐나다가 함께 만든 제임스웹 우주망원경은 연구·개발과 제작에 25년간 100억달러(약 12조원)가 투입됐다.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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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1-26 04:56:19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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